좋은 주식은 좋은 기업에서 온다. 그리고 좋은 기업은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타 기업보다 돈을 더 잘 벌어들이는 기업이다. 여기서 돈을 더 잘 번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벌 수 있는 것 보다 더 많이 벌어들이는 것을 뜻한다. 경제학에서는 하나의 특정 기업이, 혹은 개인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이익을 ‘정상이익’이라 한다. 그리고 그 ‘정상이익’의 수준을 초과하는 추가적인 이익을 ‘초과수익(rent)’이라 칭한다. 초과수익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기업 분석의 기초가 된다.

초과수익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발생한다. 내가 지니고 있는 무엇인가가 희소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혹은 남들이 모르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혹은 남들이 잘 때도 나는 열심히 일하는 까닭에 초과수익은 발생한다. 초과수익의 종류만 해도 전통경제학에 근거한 대표적 유형인 리카르도 초과수익(Ricardian rent), 파레토 초과수익(Paretian rent), 마샬 초과수익(Marshallian rent), 독점 초과수익(monopoly rent)에서부터 신 경제학적 측면에서 접근한, 보다 구체적이고 세분화 된 새로운 개념의 초과수익까지 매우 다양하다. 결과적으로 기업분석의 가장 본질적인 전제는 “초과수익 흐름(rent stream)에서 누가 어떠한 배경과 이유로 전체 파이의 얼마만큼을 소유하고 점유할 수 있는가?”라는 한 개의 (단순해 보이지만) 심오한 질문에 함축되어 있다.

기업은 자체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원을 적시적소에 투입함으로써 초과수익 창출을 꾀한다. 그리고 기업의 자원은 크게 유형자원, 무형자원, 인적자원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안에서 다시 유형자원은 자본과 실물자원으로 분리할 수 있고 무형자원은 기술 자원과 브랜드 자원으로 쪼갤 수 있다. 따라서 분야 별로 기업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 과정에서 취득한 심층 분석의 결과를 일련적이고 지속적으로 모니터 하면 위 질문에 대한 답을 근사하게나마 찾을 수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 우리의 투자 실적은 어떤 주식에 얼마만큼의 자금을 투자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두 개의 동일한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서로 다른 투자가들의 투자 성과는 종목 별 투자 원금 분배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자원 배분에 따라 사업 방향과 실적이 결정된다. 즉 기업의 항해를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는 시장 위험요소와 다양한 리스크를 헷지하는 ‘다각화(diversification)’와 특정 분야에 자원을 비대칭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concentration)’이라는, 서로에게 있어 배타적으로 상충되는 양 전략 사이에서 최적의 접점(optimization)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기업 별로 각양각색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가 모습을 드러내며 기업의 ‘색깔’은 결정된다.

자체 경쟁력을 평가한 후 기업들은 선택적으로 ①기업의 총체적 기업 경영 관리에 자원을 집중하거나 ②경영 정보 시스템의 효율화에 집중하거나 ③기술 및 개발 능력에 역량을 집중하거나 ④생산 능력 효율화에 자원을 집중하거나 ⑤소비자 기호에 따라 미적 디자인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거나 ⑥브랜딩과 마케팅에 집중하거나, 또는 ⑦고객 응대에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는 고객관리와 고객서비스 시스템에 보유 자원을 집중한다. 예컨대 ①번 유형인 총체적 기업 경영 관리에 의해 초과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미국의 GE, IBM, P&G, 영국의 BP, 그리고 한국의 삼성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②번 유형의 예로서는 미국의 월마트와 한국의 신세계, 그리고 ③번에 해당하는 기업으로는 미국의 구글, 애플 3M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의 글로벌 수출 기업 중 대부분은 지금까지 ④번에 집중해왔지만 그 중 일부는 최근 들어 ⑤번과 ⑥번으로의 시프트를 모색하고 있다. ⑤번의 대표적 기업으로는 애플과 LG전자가 있으며, 미국의 존슨 앤 존슨, P&G, MTV, 그리고 프랑스의 로레알 등이 ⑥번 유형 기업 들을 선도한다. 마지막으로 MBA 코스에서 ⑦번 유형의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으로는 델 컴퓨터, 싱가포르 항공, 캐터필라 등을 꼽을 수 있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격언이 있듯이 자원 배분과 선택적 집중과 관련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때, 기업은 가장 먼저 기업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한 다음에 고객의 니즈, 성향, 그리고 상황을 분석하는 체계적이고 총체적인 분석 결과에 근거하여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한다. 예를 들어 ③번의 기술 및 개발 능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좋은 기업을 만드는 요소이긴 하지만, 이익 극대화 측면에서 보면 모든 기업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최적의 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불특정 다수의 개인 고객들에게 소모성 일회용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면 R&D보다는 ②번이나 ④번 또는 ⑦번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무리 특출 나고 뛰어난 일류기업도 위 7개 사항에서 모두 만점을 받을 수는 없다.

대다수의 기업은 ①번에서 ⑦번 사이에서 이리로 왔다 저리로 갔다 하며 우왕좌왕 하거나 또는 이와 정 반대로 어떠한 변화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전통적으로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사업전략을 있는 그대로 무조건 고수하는, 양 극단의 모습을 보인다. 주식투자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전자는 이 주식, 저 주식 사이에서 사자와 팔자를 반복하면서 매매비용으로 돈을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계속 날리는 식이고, 후자는 자신이 산 주식에 대해서는 (설사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내렸다 할 지라도) 무작정 장기 보유를 고집하는 것과 같다.

일류기업의 특질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리, 즉 ‘세상의 법칙’에서 볼 수 있는 현상과 별 반 다르지 않다. 현명한 사람은 중용(中庸)을 지킨다. 훌륭한 아버지는 자식을 엄하게 꾸짖는 절대적 권위를 지니면서, 동시에 때로는 자식에게 ‘만만한’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정말로 멋있는 사람은 무거운 신중함과 (때로는)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쾌활함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탁월한 일류기업은 다각화와 선택적 집중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으면서 동시에 구조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즉 때에 따라서는 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특질을 갖고 있다. 미국의 애플 사는 ③번을 고집하다가 엄청난 경영 위기에 빠졌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어려움을 겪은 덕분에 ⑤번과 ⑥번으로의 전략 수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최근 한국의 몇몇 기업에서도 이런 유형의 전략적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향후 5년을 바라보자. 위에 언급한 기업의 자원, 그리고 경쟁우월 요소에 근거하여 기업의 ‘영속적 가치’를 산출해야 한다. 현 주가(시가총액)가 그 영속적 가치에 대비하여 싼지 비싼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좋은 주식을 고르기 위한 전제조건은 일단 좋은 기업을 먼저 선별하는 것이다. 그림에 표기한 항목(무엇을 살펴보고 분석해야 하는가?)에 준하여 분석 대상의 기업은 물론이고 경쟁기업들에 대한 총체적 분석을 통하여 분석 대상 기업의 상대적 포지션을 파악하여야 한다. 성공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분석하고 있는 기업의 ‘색깔’이 무엇이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알프레드 박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글로벌운용담당이사 겸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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