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에는 61년만의 우주쇼를 보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개기일식을 보기위해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회사건물의 옥상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개기일식은 오전 10시대에 절정을 이뤘다. 여의도 증권맨들이 가장 바쁜 오전 9시대와도 겹치지 않는 시간이다.

증권맨들은 잠시의 짬을 내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런 모습들은 여의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동부증권, 국민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주요 건물마다 넥타이부대들이 일제히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회사원 유혜인씨(22ㆍ여)는 "난생 처음보는 개기일식이라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나라는 해가 달에 80% 정도 가려지고 일본은 완전히 가려져 깜깜해진다고 하는데 일본에 있는 동생에게 어땠는 지 물어보겠다"며 전화를 걸기도 했다.

김승범씨(42ㆍ남) 또한 "몇 십년에 한 번 나오는 것이라는데 직접 봐서 행운"이라며 "다른 직장 동료들도 거의 다 옥상에 올라와서 봤는데, 오랜만에 작은 이벤트가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즐거운 모습도 있었지만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한 탓에 작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식을 맨 눈으로 볼 경우 실명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증권맨들은 빈손으로 온 탓에 관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옥상에서는 플로피디스크나 필름을 눈에 대고 구경하기도. 일부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후 이를 관찰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옥상에서 작업중이던 용접공 A씨는 "사람들이 개기일식을 보려고 자꾸 용접마스크를 빌려가서 일을 할 수가 없다. 개기일식이 끝날 때까지는 잠시 쉬어야할 것 같다"며 투덜대기도 했다.

개기일식은 ‘태양안경(필름으로 된 간이안경)’을 착용하거나 필름과 짙은 색의 셀로판지 여러 겹으로 눈을 일부 가리는 게 안전하다. 짙은 선글라스의 경우도 2~3분 미만으로 봐야한다.

일식을 보고 왔다는 이기영 씨(30ㆍ남)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직접 목격하니 너무 신기했다. 일식에 대해 관심이 생겨 인터넷에서 여러가지 정보글을 찾아보는 중이다"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날은 개기일식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날 일식은 오전 9시30분께 시작됐다. 오전 10시 50분 전후로는 달이 해의 80%를 가리면서 절정을 이뤘다. 낮 12시 10분께 끝나게 된다.

한경닷컴 김하나·김다운·한민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