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제약업체인 이수앱지스의 현재가는 2만8350원인데 목표가는 1만9000원이다. 적정 주가 대비 50%가량 고평가돼 있는데도 투자의견은 '매수'.

이처럼 투자자들에게 적정가 이상을 주고서라도 주식을 사라고 권하는 '황당 리포트'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주가가 목표가 이상으로 오르면 담당 애널리스트는 투자의견을 내리든지 목표가를 올려야 정상이지만,어느 것 하나 조정하지 않고 해당 기업을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는 것이다.

12일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나온 보고서 가운데 이 같은 경우는 88개나 된다. 목표가를 현재가보다 낮게 잡은 280개의 보고서 중 31%나 해당하는 셈이다.

물론 시차 문제도 있다. 담당 기업의 목표가를 산정한 분석보고서를 낸 뒤 해당 업체의 주가가 갑자기 올라 목표가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3월 이후 증시가 급등해 이런 일이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분기에 한 번 정도 기업별 리포트를 내는데 3개월 사이 주가가 크게 오르면 목표가를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증권가에서는 무엇보다 업계의 특수성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애널리스트가 속해 있는 리서치센터가 법인영업을 지원하는 구조여서 영업을 생각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올곧은 소리를 하기 힘들다는 것.업계 관행상 '매도'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는 항변이다.

실제 지난해 새로 '매도' 의견을 표명하거나 기존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한 리포트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매도 리포트는 2004년 89건,2005년 29건,2006년 15건,2007년 5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아예 투자 등급에서 '매도' 의견을 없앤 증권사도 20개나 된다. 기업의 실적 예상치를 발표하는 35개 증권사 중 절반 이상이 원천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낼 수 없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도'보다 투자등급이 높은 '비중 축소'나 '시장수익률 하회'를 실질적인 매도 의견으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