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의 열기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모주 수익률이 저조한 것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상장을 앞둔 대어급들은 이미 시장에서 고평가돼 있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공모를 마친 대우캐피탈은 장외시장에서 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35% 오르기는 했지만 공모가(8000원)에 비해선 불과 13.75% 높은 수준이다. 대우캐피탈은 지난달 29일부터 14거래일째 내림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달 말만 하더라도 상장을 앞둔 장외주식들의 주가는 가뿐히 공모가의 두 배를 웃돌았지만 불과 한 달도 안 돼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이다.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공모주들의 수익률이 예전만 못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의 2배'라는 공식이 깨진 데다 공모주 상한가 랠리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토목공사 전문기업 동아지질은 공모가 1만4500원에 비해 불과 10.34% 높은 1만6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첫날 상한가를 나타냈지만 다음 날부터 하락하기 시작,이날은 공모가를 아슬아슬하게 웃도는 1만60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어보브반도체도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57.58% 높은 5200원으로 시작했지만 이번 주 초부터 나흘 연속 하락해 이날 시초가를 밑도는 381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 4월30일 신텍부터 11개사가 이어간 '시초가는 공모가 2배' 공식의 마지막은 조이맥스였다. 지난 3일 상장된 게임업체 조이맥스는 6만2400원까지 곤두박질쳐 공모가보다 불과 13.45% 높은 선에 머물고 있다.

상장을 앞둔 대어급들은 주가가 너무 높이 형성돼 있어 장외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동양생명보험은 이를 전후해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번 주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상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적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결과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의 장외 거래 기준 시가총액은 1조7000억원가량으로 상장된 손보사 중 동부화재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동부화재의 순이익이 동양생명의 3배에 달하고,자기자본 규모도 훨씬 큰 점을 고려할 때 주가가 고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포스코건설 진로 SKC&C 등 다른 대어급들도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몇 년 전부터 흘러나와 매력이 떨어진 데다 일부 기업은 장외에서 물량을 찾아보기 힘들어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장외주식 정보제공업체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은 대형사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이에 투자해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오히려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있거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기업에 대한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