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만기일이 지났는데도 프로그램 매물이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

인덱스펀드들이 현물 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는 '스위칭 매매'를 활발히 일으켜 프로그램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공세가 누그러질 때까지 프로그램 매물이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프로그램(정해진 조건에 따른 기계적인 매매)은 2197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만기일 이후 나흘간 매물이 쏟아져 이 기간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1조3141억원에 달했다. 특히 최근 사흘 동안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현 · 선물을 함께 순매도한 데다 거래대금도 하루 4조원대에 머물러 프로그램 매물의 영향력이 더 컸다.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는 이유는 외국인이 선물 매도세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지수 선물 4338계약(3849억원)을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악화되자 '매수차익 청산'과 '인덱스펀드 스위칭 매매'가 활발해졌다. 이들 두가지 거래는 모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물을 매수하면서 현물 주식을 매도한 것이다.

문주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잔액이 거의 바닥 수준에 이른 매수차익의 청산보다는 인덱스펀드 스위칭 매매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들이 베이시스 악화로 비싼 현물보다는 싼 선물로 갈아타고 있다"며 "이런 매매가 대부분 매도차익으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매도차익 잔액은 지난 15일 사상 처음으로 4조원대에 올라선 뒤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인덱스펀드 스위칭 매매를 통해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매물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덱스펀드 규모가 7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의 주식 편입 비중이 58%까지 떨어졌다"며 "이 비중을 60% 이하로 1개월 이상 지속하면 주식형펀드에 주어지는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매물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공식적인 인덱스펀드 매물은 마무리 국면일 수 있지만,인덱스펀드와 유사한 형태로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주체가 적지 않다"며 "베이시스가 더 악화될 경우 대차거래로 주식을 빌려 스위칭 매매를 시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추가 매물 규모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외국인의 선물 매매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박스권에 접어들면서 외국인이 보수적 시각에서 선물 매도를 본격화했다며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있는 긍정적 신호가 감지돼야 이들의 선물 매도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외국인의 잇단 선물 매도에도 불구하고 미결제약정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것은 기관이 콜옵션 매수와 풋옵션 매도로 이뤄진 합성선물을 사는 대신 선물을 파는 '리버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주현 연구원은 "외국인의 신규 선물매도는 지속되고 있지만 이와 짝을 이뤄 미결제약정을 증가시킬 신규 선물매수는 미미하다"며 "이는 기관이 인덱스펀드 스위칭 매매와 리버설을 통해 선물 매수물량과 매도물량을 상쇄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흔드는 '왝더독'이 인덱스펀드 스위칭 매도 및 리버설 등과 얽히면서 더욱 복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