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무섭게 달아오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14일 연속 상승,3년6개월 만의 최장 랠리를 기록하며 불을 뿜고 있다.

거래량은 12억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거래대금은 9년만에 4조원을 넘었다.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때보다 더 활발한 거래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이 1조원을 넘는 등 곳곳에서 과열 신호가 감지되면서 개인들도 주식 신규 매수를 자제하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투신권을 앞세운 기관이 개인의 공백을 메우며 코스닥 상승을 주도하는 만큼 상승세가 더 지속될 수는 있겠지만,위험 관리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거래대금 9년 만의 최대

코스닥지수는 20일 1.59% 오른 562.57로 마감,지난달 29일부터 1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2007년 3월29일부터 4월16일까지 13일간의 랠리를 넘어선 것으로 2005년 10월31일부터 21일 연속 상승했던 기록 이후 최장 랠리다. 코스닥지수는 최근 14일 동안 17.35%나 오르며 이 기간 10.41% 오른 코스피지수를 압도하고 있다.

거래대금과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거래대금은 4조2214억원으로 2000년 6월8일(4조4314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량은 12억7957만주로 이달 15일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경기를 타지 않는 정책 테마가 돌고 돌아 코스닥시장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며 "기관들이 연일 순매수로 대응하면서 박스권 움직임을 보인 코스피지수와 달리 연속 상승 기록을 달성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스닥 정책테마가 순환매로 나타나며 시장을 받쳐주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다른 테마주들이 힘이 빠지자 이달엔 자전거주가 다시 테마를 주도했다. 대표주인 삼천리자전거가 이달 들어 100% 가까이 올랐으며 계열사인 참좋은레져는 117%가량 급등했다. 에스피지 배명금속 극동유화 등도 자전거 테마에 합류하며 50~70% 올랐다.


자전거주가 하락 반전하자 이번엔 하이브리드와 와이브로 테마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정부에서 제4의 이동통신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와이브로 대장주인 포스데이타가 2.79% 오른 것을 비롯해 기산텔레콤(8.42%) 서원인텍(5.28%) 등이 급등했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규제책을 발표하면서 하이브리드 관련주도 재부각됐다.

기관들이 주도하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투신을 앞세운 기관은 이날 500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최근 10거래일 가운데 9거래일을 매수 우위로 대응했다. 유가증권시장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개인들도 겁내는 코스닥

하지만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팀 부장은 "기관이 연일 매수 강도를 높이며 코스닥에 불을 지르고 있지만 단기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거래대금은 주가가 높을수록 커지는데 코스닥지수가 800선이던 2007년 11월 정점 때보다도 높아졌다는 사실은 과열 국면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코스닥 신용 잔액이 전날 기준 1조258억원으로 2007년 정점 이후 처음으로 1조원대에 도달했다고 우려했다.

코스닥 거래 비중의 93%(거래대금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무서워서 들어가기 겁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관들이 '사자' 분위기지만 개인들은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19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팔자'를 계속하며 9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기권 대우증권 명동지점장은 "요즘은 '언제 사면 되느냐'는 문의보다 '언제 팔면 좋겠느냐'는 문의가 더 많아 매수할 것을 권유해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김진영 우리투자증권 신사WMC 부장은 "코스닥시장 내에서도 실적이 검증된 우량주를 들고 있던 고객들은 아직까지 수익을 내고 있다"며 "그렇지만 500선 언저리에서 일부 매도한 개인투자자 가운데 새롭게 코스닥시장으로 들어오는 이는 요즘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들이 5월 들어 순매수한 상위 5개 종목 가운데 최근 신규 상장한 서울마린을 제외한 4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2.5%로 기관의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평균 25.7%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진형/문혜정/조재희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