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리먼' 이전 수준 회복] 3개월물 달러리보 1% 밑으로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글로벌 자금시장이 풀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3개월물 달러 리보는 5일 연 0.98%까지 떨어졌다. 3개월물 달러 리보가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80년대 중반 이 금리지표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이전 최저 수준은 2003년 6월의 1%였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융시장 신용경색 여파로 지난해 10월 4.82%까지 치솟았던 리보는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제로금리 정책과 각국 중앙은행들의 수조달러에 달하는 유동성 공급 등에 힘입어 꾸준히 떨어져왔다. FT는 "리보 하락은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 중 하나"라고 전했다.

리보는 미국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나 기업대출의 기준금리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리보가 떨어졌다는 것은 가계나 기업이 그만큼 싼값에 자금을 빌려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완화 조짐은 회사채 발행 증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등급 기업들의 유로화표시 회사채 발행규모는 올 들어 4월 말까지 약 638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회사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회사채와 국채 간 금리차는 3.71%포인트로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기업들의 회사채 스프레드도 올초 6.2%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현재 4.85%포인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험성이 높은 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관심도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하이일드 채권 펀드에 몰린 투자자금은 1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의 투기등급 기업이 발행하는 하이일드본드의 가격을 추종하는 메릴린치지수는 지난달 11.5% 급등했다. 1987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미 국채는 1.9% 하락했다.

신용위험도를 반영하는 CDS 프리미엄은 하락세다. FT에 따르면 투자등급 기업들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0.7%포인트가량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폭등했던 각국의 CDS 프리미엄도 금융시장 회복 기대감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애널리스트는 "리보가 크게 떨어지고 신용 스프레드가 좁혀지는 것은 디레버리징(차입감축)이 마무리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은행들의 대출이 여전히 움츠려 있기 때문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사들의 신디케이트론 규모는 4월 930억달러로 전달의 2240억달러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증권화 금융시장도 아직 한겨울이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엔 한 달에 2000억달러가 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됐으나 지난달엔 이 규모가 280억달러에 불과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