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 '깜짝실적'을 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LG전자가 예상외로 좋은 실적을 발표한 덕분에 IT(정보기술)株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커져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로 증시는 당분간 재료 공백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의 매매와 해외 시장의 흐름, 내달 4일로 예정된 미국 금융기관의 '스트레스 테스트'(자산건전성 검사)의 결과에 따라 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 "깜짝실적 내긴 냈는데..."

삼성전자는 24일 지난 1분기 본사기준으로 1476억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9371억원의 영업손실과 시장 평균 추정치인 2766억원 영업손실(에프앤가이드 기준)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700억원으로 전분기 영업적자 7400억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케팅 비용 등 판관비 감소로 인해 '어닝서 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2분기에도 영업흑자 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노 연구원은 "2분기까지는 IT업종이 시장수익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중심에 삼성전자가 있을 것"이라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흐름은 부진하다.

24일 오전 11시11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4.39포인트 하락한 1364.41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반짝 반등을 시도하다가 이내 하락세로 꺾였다. 삼성전자는 3.67%급락한 60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IT주가 지난 3월부터 계속 오르면서 단기 과열 현상을 보인데다 LG전자 실적발표 이후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커진 측면이 있다"며 "지수도 조정다운 조정없이 올라와서 가격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재료 부족…상승탄력 둔화 전망"

삼성전자의 실적이 발표되면서 증시는 당분간 뚜렷한 재료가 없는 공백기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불완전한 실적발표와 중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 삼성전자의 실적재료 노출로 인해 증시가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금융권의 회계장부에 대한 의혹으로 실적 재료가 부각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원 연구원은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긍정적인 발언을 하고 있지만 실제 결과를 봐야한다"고 밝혔다.

원 연구원은 "이번주를 기점으로 실적발표가 시장에 주는 영향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상승 탄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연구원도 "최근까지 동반 상승했던 아시아 증시의 상승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증시에 민감한 외국인이 수급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의 약세는 국내 증시에 후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외국인-기관 '러브콜' 종목 봐야

그렇다면 이 같은 국면에서 어떤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할까.

시장에 여전히 참여를 하기 원한다면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종목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상승 체력이 약화될 수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추격매수하는 것 보다 하락시 매수 관점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고 외국인과 기관 매수 종목 위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동부증권도 외국인과 기관의 러브콜이 집중된 종목을 사라고 권했다.

이 증권사 강성원 연구원은 "기업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고 외국인의 순매수세와 유동성 유입으로 수급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만, 개별 종목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종목을 압축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으로 포스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SK텔레콤, 삼성화재, 신한지주, 삼성물산, LG생활건강, GS건설을, 기관 매수 종목으로 엔씨소프트, OCI, 대우증권, STX팬오션, 삼성엔지니어링, 대우인터내셔널, 동국제강, 현대증권, 삼성테크윈 등을 제시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