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글로벌 경기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현대차는 23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9% 감소한 15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시장 예상치는 249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7%, 전년 동기 대비 52.8% 각각 감소한 수준 정도로 추정됐었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6.4% 감소한 6조32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 6조6607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 경기침체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지역에서 판매가 감소해 경영실적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의 1분기 총 판매 대수는 31만6366대로 전년 대비 28.6% 감소했다. 내수 판매는 지난해말부터 이어진 수요 위축으로 전년 대비 18.3% 감소한 12만9252대를 기록했고, 해외지역 판매는 전년 대비 34.3% 감소한 18만7114대를 기록했다.

특히 회사 측은 영업이익 급감에 대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마케팅비 증가로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경기침체 여파로 자동차 판매 자체가 크게 줄은데다 환율 수혜를 마케팅에 쏟아 부어 시장점유율과 손익을 맞바꿨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전체 실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나쁜 수준"이라며 "특히 LG전자 등 같은 수출주들이 환율 효과를 통해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덩달아 기대감이 높아졌었기 때문에 실망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또 "현대차의 1분기 실적악화는 환율 효과를 무색케 할 정도로 마케팅 비용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마케팅 비용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2분기 실적개선을 낙관하기 힘든 상태"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의 실적을 놓고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따라서 충분히 선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부터는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 및 자동차 산업 지원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해 2분기 이후에는 판매 증대는 물론 수익성 향상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차 주가는 이 같은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3.18% 오른 6만8100원에 장을 마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1분기를 바닥으로 2분기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대형주 편입효과일뿐 실적개선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