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간 자금흐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활동이 뜸했던 각종 스마트 머니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점이다.

흔히 '똑똑한 돈 · 현명한 돈'으로 불리는 스마트 머니란 본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고수익을 좇아 시장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발빠르게 움직이는 자금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용어다. 사모펀드 헤지펀드 벌처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또 최근 들어 한국 부동산시장에 빠르게 유입되는 와타나베 부인의 엔 캐리 자금과 스미스 부인의 달러 캐리 자금도 이 부류에 속한다.

지난해 4분기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악의 시기를 겪었던 스마트 머니들은 올 들어 기지개를 켜다가 지난달 초 이후 행보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자금의 원천과 운용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자금 원천 측면에서는 위기극복 차원에서 실시된 '빅 스텝' 금리 인하로 차입 여건이 개선된 데다 양적 완화정책으로 유동성이 많이 지원됐다. 일부 헤지펀드의 경우 한동안 외면당했던 투자자로부터 자금이 다시 몰리는 상황이다.

자금 운용도 스마트 머니가 가장 선호하는 경기바닥론이 미국 중국 한국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고개를 들면서 부실자산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정책적으로도 우호적 분위기가 전개되며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처럼 스마트 머니의 행보가 빨라지면 글로벌 증시 가운데 특히 한국과 같은 이머징 마켓에 속한 증시에 훈풍이 불 수밖에 없다. 이들 자금은 만기불일치 전략과 레버리지 투자,위험자산 선호라는 세 가지 기본원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 이후 지금까지 불과 한 달 만에 글로벌 주가가 평균 20% 이상 오른 것도 이 요인이 가장 크다.

일부에서는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올라간 만큼 지금의 장세를 '베어 마켓(bear market) 랠리'로 규정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기술적 지표상으로 주가상승폭이 20% 이상이면 새로운 강세장인 '불 마켓(bull market)'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한다.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월가에서는 앞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 하더라도 전 저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장 참여자가 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현 장세를 놓고 벌어지는 '베어 마켓'과 '불 마켓' 간의 논쟁은 스마트 머니들이 어디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종전에는 스마트 머니들이 제도권에서 소외된 중소기업과 하위 계층에 자금을 빌려줘 수익을 취하는 대금업에 치중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사 부실자산과 '트리플 B' 이하의 투기등급 회사채를 매입하거나 무형의 가치가 상실된 채로 인수 · 합병(M&A) 시장에 나오는 저가 우량회사를 인수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른바 체리 피킹이나 벌처펀드형 투자로, 위기가 최악의 시기를 지날 때 가장 먼저 이뤄지는 선도적 투자에 해당한다.

스마트 머니의 이런 투자 패턴은 경기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금융사 부실자산이 처리되면 금융의 중개 기능이 복원되고 투기등급의 회사채와 저가의 M&A시장이 활성화되면 위기 과정에서 소외됐던 기업과 계층에 이르기까지 자금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기지 사태에 따라 금융과 실물 간 격리됐던 '이분법 경제(dichotomy)'가 '연계된 경제(dis-dichotomy)'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주가와 경기의 모습은 스마트 머니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어렵게 형성되고 있는 금융과 실물 간 연계고리가 어떤 방식으로 마련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이 연계고리가 빠르고 강하게 만들어진다면 경기는 'V'자형으로 회복되고 증시는 새로운 강세장인 '불 마켓'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리가 다시 차단된다면 경기는 '재둔화(double-dip)'되고 증시도 '베어 마켓'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이 고리를 마련하는 일은 이제부터 각국의 정부와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해줘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