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등 금융시장에 악영향 우려"

2007년 이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주식 매매가 급격히 단기화됐고 이는 환율 등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의 민좌홍 차장은 4일 `국제 투자환경 변화에 따른 외국인 주식투자 행태 변화 분석' 보고서에서 "서프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외국인의 투자패턴이 급격히 단기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매회전율은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138%로 2007년의 117%에 비해 21%포인트 높아졌다.

이 비율은 2002년 91%에서 2005년 74%로 낮아졌고 2006년 84%로 소폭 상승했다가 2007년부터 급상승했다.

매매회전율이란 연간 거래금액을 연평균 보유액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보유 규모에 비해 많은 금액을 거래했다는 것이다.

즉 단기투자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주식 수 기준으로도 외국인의 매매회전율은 지난해 172%로 전년의 131%보다 41%포인트가 높았다.

이 비율은 2002년 114%에서 2003년 86%로 낮아졌다가 2004년 94%, 2005년 96%, 2006년 100% 등으로 100% 부근에 머물렀다.

반면, 내국인의 매매회전율은 금액 기준으로 2007년 190%에서 지난해 182%로, 주식 수 기준으로 389%에서 336%로 모두 낮아졌다.

민 차장은 "내국인(개인+기관)의 경우 개인의 회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외국인의 매매회전율은 기관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주식을 빈번하게 매매함에 따라 외국인의 보유주식 비중은 2004년 말 42%에서 지난해 말 28.7%로 크게 떨어졌지만, 연간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2.5%에서 25.4%로 오히려 높아졌다.

거래 규모도 커졌다.

민 차장은 "외국인 거래 규모의 표준편차를 추정한 결과, 2007년 이후 외국인의 주식 매수와 매도에서 모두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주식 순매도 기조를 보였지만, 매도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매수에도 적극 나섰다는 의미다.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서는 국내 주가와 환율 등 가격 변수의 영향력이 줄어든 데 반해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과 위험기피 성향 등 대외적.심리적 요인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 차장은 "외국인의 단기투자 경향으로 우리 증시가 대외충격에 더 취약해지고 기초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국제수지 및 환율의 급변동을 가져오고 거시경제의 불안을 확대시킬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금의 빈번한 유출입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의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