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고르던 증시가 다시 오르고 있다.

2월 경기선행지수가 반등을 시작한데다 3월 무역수지도 월간 기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증시에 청신호가 켜졌다.

경제지표 개선으로 외국인이 다시 증시로 컴백하고,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로 급락하는 등 증시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도 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 "경기 바닥 기대" vs "성급한 기대 금물"

지난 31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월 광공업 기준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10.3% 줄었으나 감소폭이 1월 -25.5%에 비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선행지수는 0.5% 증가해 15개월만에 반등했다. 재고순환지표가 1월 -25%포인트에서 2월 -18.8%포인트로 개선됐고, 금융기관 유동성과 장단기금리차는 플러스를 지속했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경기선행지수가 1분기 중 저점을 통과하고, 3월에 저점을 찍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장단기금리차와 금융기관 유동성 같은 금융지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플러스를 보였지만 금융지표의 개선만으로는 전체 경기선행지수를 돌리기 어려웠었다"며 "2월에는 실물지표의 대표격인 재고순환지표마저 개선돼 예상보다 빨리 경기선행지표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경기선행지표의 상승 강도가 미미할 수 있고, 그 기간도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주 연구원은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1980년 이후 경기선행지수의 상승기간은 9~20개월이었다"며 "이번 사이클이 짧다해도 9개월 전후의 상승은 가능하다"고 봤다.

현대증권은 "경기선행지수의 우상향 움직임은 증시의 가격부담을 희석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기에 대한 기대에 비해 실물경기 속도가 더딜 위험이 있다는 점은 4월 내내 점검해야 할 요소라고 덧붙였다.

반면 교보증권은 경기선행지수의 반등에 대해 성급한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변준호 연구원은 "이번 반등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겠지만 실제 경기회복으로 이어질지가 문제"라며 "국내와 미국의 구조조정이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기업파산 우려가 남아있으며, 추가적으로 고용과 소비가 상당기간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표 반등이 호재이긴 하지만 증시 반등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 증권-보험 수혜 기대

경기지표 안정이 만약 증시에 호재가 된다면, 어떤 업종과 종목이 반응을 보이게 될까?

KB투자증권이 지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는 국면을 분석한 결과 증권, 보험, 건설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증권사 곽병열 연구원은 "경기가 침체되면 일반적으로 정부의 통화완화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유동성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다른 경기선행지수 구성항목보다 유동성과 금융지표의 개선이 가장 먼저 이뤄진다"며 "직간접적인 유동성 확대 효과는 증권, 보험, 건설업종에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곽 연구원은 이 가운데 증권과 보험의 선전이 기대된다며 종목 중에서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동부화재, 현대해상을 수혜주로 꼽았다.

건설업종의 경우 기초체력(펀더멘털)의 개선을 이끌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제외됐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 반등으로 유동성 장세가 전개될 요건이 갖춰졌다"며 "전통적으로 유동성 장세에서는 증권주가 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유동성 장세가 올 경우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