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초반 1000선 아래로 떨어지며 3개월만에 세자릿수를 봤다.

AIG가 지난 4분기 617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미국 정부가 300억달러를 추가 지원키로 하자 2차 금융위기 우려감이 고조되면서 뉴욕 증시가 12년 내 최저치로 추락한 여파다. 초반 원·달러 환율 하락도 급락에 한 몫을 했다.

전일의 악재가 되풀이되면서 지수는 지난 12월 이후 처음으로 1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해외 시장과 환율 흐름의 나아질 시기를 알 수 없어 시장에서는 보수적인 시각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1000선 매수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미국 급락+환율 상승에 연일 '휘청'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763.29로 299.64포인트(4.24%) 내려앉았고, 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5포인트 급락한 993에 장을 출발했다.

다행히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으로 1010 부근까지 낙폭을 줄여 작년 10~11월과 같은 패닉 장세는 펼쳐지지 않고 있지만, 전망은 당시 못지 않게 어둡다.

특히 투자심리 위축의 가장 큰 영향을 준 환율의 고공행진이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 연구원은 "요동치고 있는 환율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 시장의 조정 분위기는 쉽게 되돌려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등이 나와도 일시적이거나 기술적인 반등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동유럽 리스크 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 주요국의 추가 금리인하 전망, 국내 외화 유동성 우려 등 달러 매수 심리가 우세해 환율의 급속한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리스크 관리 선행이 필수이고 금융시장의 분위기 개선과 지지선을 확인한 이후 대응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단기적인 반발매수세와 환율 장중 하락반전으로 3일 지수 낙폭이 줄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를 강하게 반전시킬 만한 해답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시장은 떨어진 칼이 아니라 떨어지는 칼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 코스피 1000선 지지 테스트 중…"살까요, 말까요?"

매수 여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작년 말 급락 후 주가 회복을 기억해 1000선 이하를 매수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지지선 확보를 먼저 확인하고 가라는 의견도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000선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면서 "단순한 저가 매수보다 3월 중후반 이후 금융시장을 상황을 보고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라"고 조언했다.

미리 투자해 지수 변동에 휘둘리지 말고, 원·달러 환율 진정을 확인하고 들어가도 늦지 않다는 것.

삼성증권도 선제적인 대응이 아닌 위험관리에 나서라고 조언하고, 특히 최근 많이 오른 테마주가 손실을 볼 경우 손절매하라고 조언했다.

반면 1000선 아래를 매수 기회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3월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1000선을 하향 이탈할 수 있지만 추세적 움직임은 아니다"며 "1000선 아래에서는 비중확대 전략을 써야한다"고 밝혔다.

1000에 대한 지지력 테스트를 거친 후에는 지수 관련 대형주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으며,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정부정책관련 테마주가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양증권은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고 매수에 나선다면 △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과 같은 업종 대표주 △ LG화학, 동양제철화학, 삼성전기, 엘앤에프와 같은 정책 수혜주 △ 파트론, 삼강엠앤티, 삼영이엔씨 등 실적호전주, △ LG생명과학, 농심 등 경기방어주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미국 증시의 상황이 아직 불투명한 만큼 섣불리 종목을 고르지 말고 인덱스 펀드 등 지수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