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공개한 5만원권 지폐도안에는 여성인물 초상이 사용됐고 문화.예술적 이미지가 강조됐다.

크기는 기존 지폐들에 비해 가장 크게 제작됐고, 색상은 밤중에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황색이 사용됐다.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도 간단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위조 감별 장치도 대폭 강화했다.

◇ 여성.문화예술인 상징성

5만 원권 지폐 도안의 주제는 '여성'이다.

우리나라의 지폐 도안으로 여성 인물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1962년 5월 16일 발행된 100환권 지폐에 한복을 입은 어머니와 아들이 저금통장을 들고 있는 `모자상(母子像)' 초상이 등장한 적이 있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제작된 이 지폐에는 특정 위인이 아닌 일반인이 도안 모델로 채택됐다.

하지만, 그 해 6월 10일 제3차 통화조치로 새 화폐가 발행되면서 발행된 지 한 달이 못돼 폐기됐다.

신사임당 초상은 여성계와 문화계, 연고지인 강원도 강릉 등지에서 화폐인물 채택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지만 진보여성단체 등은 `가부장적인 현모양처 이미지'를 이유로 반대했다.

화폐도안용 영정은 신사임당이 생존했던 조선 중기의 두발.복식 등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별도로 제작됐다.

앞면에는 난초무늬와 고구려 고분벽화 무늬를 배경으로,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묵포도도(墨葡萄圖)'와 `초충도수병(草蟲圖繡屛)'의 가지 그림을 보조소재로 그려 넣었다.

뒷면 보조소재로는 조선 중기 어몽룡의 작품인 `월매도(月梅圖)'와 이정이 그린 `풍죽도(風竹圖)'를 사용했다.

한은 관계자는 "여성이면서 문화예술인인 신사임당의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 "한눈에 구별되도록"

5만원권 지폐의 크기는 가로 154mm, 세로 68mm로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 가운데 가로 길이가 가장 크다.

국내 지폐들은 세로 길이는 동일하고 가로 길이가 액면 금액 순서대로 6mm씩 커진다.

5만권권은 새 1만원권 지폐보다는 6mm, 새 5천원권보다는 12mm, 새 1천원권보다는 18mm가 각각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지폐 길이가 권종별로 5~6mm 차이가 나는 것을 참고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5만원권 색상은 따뜻한 색조인 황색으로 했다.

1천원권이 차가운 색(파랑), 5천원권은 따뜻한 색(주황), 1만원권은 차가운 색(초록) 등으로 교차 색상체계를 채택하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파스텔톤을 넣어 화사한 느낌을 더했다.

파스텔톤을 하게 되면 스캐너나 컬러복사기 등으로 위조할 경우 색상이 뿌옇게 나오기 때문에 색 위조가 어렵다.

다만, 주황색 계열인 5천원권과 구별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1천원, 1만원권 지폐의 경우에도 색상이 같은 청색계열이어서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은의 이내황 발권국장은 "5만원권의 주조색은 노란색이고 5천원권은 적색으로 기본적으로 다르고, 지폐의 크기나 여성 인물이 사용됐다는 점에서도 구분이 쉽다"고 말했다.

◇ 첨단 위조방지 장치

5만원권 지폐에는 입체형 부분노출은선과 띠형 홀로그램, 가로확대형 기번호 등 일반인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위조방지 장치를 넣었다.

지폐 중앙 왼쪽편에 부착된 `입체형 부분노출은선'은 청회색의 특수필름 띠로 제작된 첨단 기법으로, 향후 발행될 미국 100달러 신권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은은 전했다.

지폐를 상하로 흔들면 은선에 새겨진 태극무늬가 좌우로 움직이고, 반대로 좌우로 움직이면 태극무늬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지폐 왼쪽 끝부분에 새겨진 `띠형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바뀌면서 태극과 한반도 지도, 4괘 등 3가지 무늬가 차례로 나타난다.

지폐의 양 모서리에 있는 지폐번호인 기번호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문자 및 숫자의 크기가 커진다.

뒷면의 `50000' 액면숫자에는 `색변환잉크'를 사용해 각도에 따라 자홍색에서 녹색으로 변하고, 앞면의 흰 부분을 빛에 비추면 신사임당 초상이 나타나도록 `숨은 그림'을 넣었다.

가장 손쉬운 위폐 구별법으로는 앞면의 신사임당 초상이나 뒷면의 월매도, 문자 및 숫자 등을 손으로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앞면 좌우 양끝에는 볼록한 다섯 줄 무늬를 넣었다.

금융기관 종사자 등 전문취급자를 위한 각종 위조방지 장치도 부착했다.

자외선이나 X선을 투시하면 앞면 묵포도도 등이 녹색 형광으로 나타나고, 적.청.녹색의 짧은 형광 실선도 여기저기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