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IP(인터넷)TV 관련 자회사인 브로드밴드미디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서두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이날 100% 자회사인 브로드밴드미디어에 1000억원을 출자했다. SK브로드밴드는 브로드밴드미디어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보통주 신주 2000만주를 액면가인 주당 5000원에 인수했다.

IPTV 사업을 추진하는 브로드밴드미디어는 2006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순손실은 2300억원으로 이번에 1000억원이 수혈된다 해도 자본잠식을 탈피하지 못한다.

성종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브로드밴드미디어는 운영자금도 부족한 상태로 IPTV사업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SK브로드밴드는 상당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SK브로드밴드 주주 입장에서 부정적인 뉴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브로드밴드미디어 증자에 SK브로드밴드의 대주주인 SK텔레콤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 연구원은 "IPTV 사업에 SK텔레콤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SK텔레콤은 브로드밴드미디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는 KT와 KTF가 합병하는 등 경쟁사의 움직임이 빨라진 상황에서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일정을 종래 계획보다 서두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SK텔레콤이 브로드밴드미디어 증자에 참여했다면 SK브로드밴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합병 비용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SK브로드밴드의 증자 참여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단독으로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SK브로드밴드 주가는 3.04% 하락한 6050원에 마감,사흘 연속 약세로 마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