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실패 후폭풍…경제위기 직격탄에 모두가 피해자로…
대우조선기업 가치ㆍ신인도 추락…재매각 난항 예고
◆왜 결렬됐나
자금 조달을 자신하던 한화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분할 납부 등을 요구하면서 산은과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산은은 지난해 말 예정이던 본계약 시한을 이달 30일로 한 차례 연기해 주면서 협상 결렬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지만,거기까지가 산은이 수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의 전부였다.
산은이 이후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한화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로 했지만,한화는 분할 납부 등 결제조건 변경 요구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산은이 "현실성 없는 대안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부 의사를 거듭 밝힘에 따라 협상 결렬이 불가피했다.
한화는 금융위기로 인한 특수 상황을 배제하고 MOU 조항 준수 등 원칙만을 내세운 산은에 협상 결렬의 책임을 묻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조직인 산은이 한화의 요구를 수용할 명분이 없는 데다 향후 특혜 시비 등 잡음이 일까 협상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재입찰 난항 예고
산은은 21일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처리 방안과 관련,일정 기간 후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기간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산은 관계자는 "금융 상황이 좋지 않고 조선업 시황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데다 적극적인 인수 희망 업체도 없는 상태여서 매각 일정을 전망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포스코 등 유력한 인수 후보 업체들마저 "더 이상 흥미가 없다"며 재입찰이 이뤄지더라도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산은이 가격을 낮춰 서둘러 원매자를 찾으려 할 경우 헐값 매각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뿐 아니라 다른 금융 공기업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우조선은 재매각 때까지 기업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경영 효율화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대우조선 재매각 계획을 22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화,"기존 사업 중심으로 내실에 주력"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인생 최대의 승부수'로 꼽았던 대우조선 인수에 실패하면서 유 · 무형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조선업 진출이라는 비전이 사라지면서 향후 그룹을 성장시킬 추동력을 새로 찾아야 한다. 대한생명,한화석유화학(옛 다우케미칼),한화 갤러리아(옛 한양유통 · 동양백화점) 등으로 그룹 성장을 견인했던 한화의 M&A 불패 신화도 막을 내렸다.
또 금융위기 등 돌발변수가 출현했다 하더라도 정밀한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의욕만 앞세웠다는 대내외 평가와 함께 기업 이미지도 타격을 받게 됐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실패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현금 흐름 개선에 초점을 맞춰 전 계열사가 경비를 감축하는 등 비상경영 체체에 돌입했다. 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M&A보다는 석유화학과 금융 등 기존 주력 사업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 나간다는 게 그룹의 경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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