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벤처기업 신화 창조를 꿈꾸다 중도 하차한 업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8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코스닥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가 폐지된 업체는 모두 207곳이다.

이 중 2003년 이후 상장폐지된 코스닥 업체 140곳을 분석한 결과 가장 흔한 상장폐지 사유는 재무제표가 엉망이거나 회사가 존속할 수 없을 때 나오는 감사의견 거절 또는 부적절이었다.

상장폐지 업체에는 방송 및 무선통신장비 제조업체와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가 가장 많은 점도 눈에 띈다.

◇ 회계법인은 부실 코스닥업체의 `저승사자'


2003년 이후 상장폐지된 코스닥 업체의 가장 흔한 퇴출 사유는 회계법인이 내놓는 감사의견 부적절 또는 거절이었다.

140개 업체 중 55곳이 회계법인의 제동으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통상 회계법인은 정기적으로 감사대상 상장 코스닥 업체의 재무제표가 제대로 기입됐는지, 분식회계 등 부적절한 방법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해당 업체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회계법인은 해당 업체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감사의견을 거절하고, 회계처리 위반 사안이 중대하거나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감사의견 부적절 결정을 한다.

이런 판단은 코스닥업체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회계법인은 저승사자로 종종 비유된다는 게 거래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감사의견 외에 상장폐지 사유로 많이 드러난 부분은 최종부도 19건, 자본잠식 18건, 유가시장이전 16건, 자진폐지 8건, 최저주가 7건, 피합병 6건, 경상손실 4건 등으로 파악됐다.

◇ 방송 및 무선통신장비 제조업체가 상장폐지 최다


상장폐지된 140개 업체를 업종별로 분류해보면 19개 업체나 사라진 방송 및 통신 무선장비 제조업이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종(13개 업체), 유선통신장비 제조업(9개 업체), 컴퓨터시스템 통합자문 및 구축서비스(8개 업체) 순으로 집계됐다.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5개 업체), 컴퓨터 및 주변장치 제조업(4개 업체), 전자코일 변성기 및 기타 전자 유도자 제조업(3개 업체), 여자용 정장 제조업(3개 업체), 주형 및 금형 제조업(2개 업체)과 축전지 제조업(2개 업체) 등에서도 상장폐지가 발생했다.

셔츠 및 체육복 제조업체, 부직포 및 펠트제조업체, 상업용 사진촬영업체, 액체여과기 제조업체, 전자악기 제조업체, 화장품 제조업체 등도 한 곳씩 사라졌다.

◇ 인기 절정 테마주 업체도 퇴출 또는 사명 변경

2005년 `황우석 열풍'으로 각광을 받았던 바이오주, 2006년 한류 테마주로 각광을 받았던 엔터테인먼트주, 2007년 주목받았던 자원개발주 등은 반짝 인기가 시들면서 시장에서 사라졌거나 이름을 바꿔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

줄기세포와 관련돼 주요 바이오주로 불렸던 대한바이오링크는 2개 사업연도 연속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이라 2006년 상장폐지됐다.

개그맨 출신 사업가 서세원씨가 대표로 있던 엔터테인먼트주의 대표주자 서세원엔터테인먼트는 닛시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바꾼 뒤 실적 악화로 상장폐지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엔터테인먼트'를 뺀 에스앤이코프로 개명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인기를 끌었던 자원개발주들도 줄줄이 이름을 바꿨다.

명성은 케이씨오 에너지로, 라셈텍은 씨티엘로, 디지털퍼스트는 엠트론스토리지테크놀로지로 각각 사명을 변경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