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옵션만기일인 10일 코스피 지수는 보합권에서 소폭의 출렁임을 이어가고 있다.

개장 직후부터 출회되기 시작한 프로그램 매물은 오전 11시5분 현재 21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프로그램 매도가 시장에 다소 부담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마감 때쯤에는 매수 우위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외국인이 엿새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서는 등 저가매수 의지도 견고해 대규모 매물 폭탄이 터지지 않는 이상 시장이 크게 충격을 받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올해 첫 회의를 열고 당초 예상했던 대로 콜금리를 현행 5%로 동결시켰다.

주요 이벤트들이 큰 충격 없이 지나간 후 시장의 관심은 어닝시즌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의 알코아와 10일 POSCO의 실적 공개를 시작으로 국내외 증시는 본격적인 4분기 어닝시즌에 접어들게 된다.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은 그런대로 괜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각 증권사들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5~2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분기에 비해서는 감소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전분기 실적이 워낙 좋았던 탓이라 큰 악재는 아니다.

업종별로는 신흥국가 투자붐에 편승한 조선과 운송을 비롯해 증권과 보험, 제약 등의 실적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기전자와 은행은 업황 부진과 순이자마진 하락 등으로 우울한 어닝시즌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은 "코스닥 종목들의 4분기 실적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관측돼 흥미롭다"고 밝혔다.

연초 이후 코스닥 시장의 상대적 강세는 이러한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은 나름대로 선방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적 모멘텀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번 어닝시즌 동안엔 국내 기업들의 실적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실적 동향도 체크해야 한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 S&P500 편입기업들의 4분기 주당순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2%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경기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키며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 호전이 가지는 상승 모멘텀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대신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증가율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국내 증시의 차별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도 "4분기 실적만 본다면 주가 하락을 완충하고 더 나아가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겠지만, 상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주가는 지나간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인색할 수 있다고 판단.

한국증권의 경우 극단적으로 4분기 어닝시즌이 '네거티브 서프라이즈'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경기 둔화 우려와 서브프라임 파장의 확산 등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관련 美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아주 충격적인 수준이 아닌 이상 어닝시즌에 대한 시장 반응이 부정 일색일 것이란 전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4분기를 기점으로 개선될 경우 부정적인 반향은 어느 정도 축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쨋든 이번 어닝시즌으로 악재가 추가될지 분위기가 개선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계속해서 노출되는 변수들에도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종목 선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