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과 커크 커코리언의 힘이 무섭다. 작년부터 아이칸의 공략에 시달려 오던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는 6일 출판사업부를 프랑스의 언론재벌 라가르데르에 5억3750만달러를 받고 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이칸은 타임워너에 케이블 방송 분사,2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등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출판사업부 매각은 아이칸이 작년 9월 타임워너 지분을 매입하기 전부터 추진돼 왔던 사안이다. 그러나 아이칸이 5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지자를 모으기 위해 타임워너의 발전방향을 담은 비전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6일 타임워너가 서둘러 출판사업부 매각을 매듭지은 것은 아이칸의 구조조정 압박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GM주식을 매집해온 커코리언은 이사 파견을 통한 경영참여,배당금 절반 축소,브랜드 감축 등을 요구해 왔다. GM은 6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요구의 일부를 수용,커코리언의 대리인인 제롬 요크(67)를 이사로 지명했다. 이에 따라 커코리언은 GM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GM은 조만간 배당금 축소도 받아들일 것으로 전해졌다. 요크는 지난 1990년 커코리언이 크라이슬러 경영권 인수를 추진할 당시 영입했던 구조조정 전문가다. 크라이슬러와 IBM에서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따라서 이사회에 참여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기업사냥꾼의 공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아이칸을 겨냥,"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슬픈 가정이긴 하지만 그가 타임워너에 요구하는 케이블 사업 분사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익을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타임워너를 '매우 훌륭하게 운영된 회사'라며 오히려 아이칸이 위태로운 입장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