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선물시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주식시장이 지루한 박스권 조정을 거듭하자 선물ㆍ옵션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선물 거래대금이 현물 거래대금의 8~9배에 달하는 등 투기ㆍ과열 조짐까지 나타나는 양상이다.


증권사 일선 지점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풍경들이 연출된다.


주식투자자들의 발길은 거의 끊긴 반면 선물ㆍ옵션 계좌를 개설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증권사들도 선물 전문가를 늘리는 등 선물고객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선물을 모르면 '왕따' 당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지난 5월 이후 전체 시장에 미치는 선물시장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꼬리인 선물시장이 몸통인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왝 더 독(wag the dog)'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이제 선물시장은 '필수과목'이 됐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은 "선물시장을 모르면 주식시장을 절반 밖에 모르는 것"이라며 "선물을 알아야 전체 시장의 흐름을 읽고 나름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선물 알아야 증시도 안다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4월 11조1천억원이었다.


5,6월에는 부쩍 커져 각각 15조원을 웃돌았다.


서울증권 박승원 투자분석팀장은 "미 금리인상, 고유가, 차이나 쇼크 등 이른바 3대 악재 여파로 하반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현물 주식시장이 지루한 박스권 횡보장세를 지속하자 상당수의 개인들이 현물시장에서 선물시장으로 옮겨간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3월 41.9%였던 개인 선물비중(거래대금 기준)이 4월 45.1%, 5월 47.3%, 6월 51.3%로 급증했다.


선물시장에서의 개인의 영향력이 외국인과 기관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확대되자 개인의 선물포지션이 주식시장 전체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개인이 선물을 사면 선물가격이 올라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고 그에 따라 현물시장이 강세로 마감된다.


역으로 개인이 선물을 팔면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래소시장의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프로그램매매(차익거래+비차익거래)의 비중은 지난 2000년 3.7%에 불과했다.


이후 2001년 4.5%, 2002년 5.5%, 2003년 7.6%로 높아지다가 2004년 6월말엔 8.4%로 높아졌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하루 전체 거래의 10% 가량이 선물과 연계된 기계적 매매에서 이뤄지는 만큼 선물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선 현물시장을 전망하고 대응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고수익ㆍ고위험이 공존하는 시장


개인들이 선물투자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물 주식투자와 달리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관계 없이 항상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즉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선물을 매수하거나 콜옵션을 매수하고,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선물을 매도하거나 풋옵션을 매수하는 식이다.


어떤 종목을 골라, 언제 사고 팔아야 하는지 등 현물투자에 뒤따르는 번거로움을 벗어나 '홀짝 게임'처럼 단순히 베팅만 하면 된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다.


실제 똑같은 금액을 현물 주식과 선물에 투자했을 때 선물 투자수익률은 현물보다 7배 정도 높다.


선물투자의 위탁증거금률이 15%로 낮아 레버리지(leverage)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선물투자는 먹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이 있는 '제로 섬(zero sum)' 게임이다.


물론 산술적으로 따지면 절반의 투자자들은 '성공'하는 셈이지만 실제로는 외국인과 몇몇 '큰손'들만 이익을 챙기고 나머지 개인들은 결국 빈털터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동원증권 송봉현 양재지점장은 "준비없이 선물시장에 뛰어든 초보투자자들은 통상 1∼2개월 이상을 버티기 어렵다"며 "단번에 큰 돈을 벌려는 욕심을 버리고 선물에 대한 충분한 사전교육과 모의투자를 거친 뒤 실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물 직접거래 보다는 증권사들이 선보이는 선물관련 상품과 시스템 트레이딩 기법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