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 1세대로 골드뱅크 사장을 지냈던 김진호 비젼텔레콤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한신코퍼레이션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이 지난해초 비젼텔레콤을 인수한 뒤 잇따라 성사시킨 기업 M&A(인수합병)가 회사돈을 노린 "머니게임"으로 결말지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시장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한신코퍼레이션 관계자는 11일 "김 사장이 회사 자금 93억여원과 비젼텔레콤.옌트.하이콤 등 3개사 주식을 횡령해 임원 명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형사고발했다"며 "비젼텔레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말 일본으로 출장을 간 뒤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날 코스닥증권시장은 전날 한신코퍼레이션에 이어 비젼텔레콤에 대해서도 대규모 회사자금 피횡령설 및 자금악화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매매거래를 전격 중단시켜 투자자 피해등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M&A 목적은 회사자금(?)=지난해 10월 한신코퍼를 인수하며 대표이사에 취임한 김 사장은 단 3개여월만에 회삿돈을 빼돌려 잠적한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김 사장이 지난해 말에 한신코퍼로부터 대여받은 돈 38억원을 포함,회사내부 자금을 대거 횡령했다고 이날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밝혔다. 한신코퍼는 김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 서울 마포사옥 매각 대금으로 2백80억원을 수령하는 등 상당한 현금을 보유한 상태였다. 비젼텔레콤 역시 비슷한 방식의 횡령이 이뤄졌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잇따른 무자본 '머니게임'=지난해 초 비젼텔레콤을 인수하면서 김 사장은 통신장비 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이 회사를 창구로 머니게임을 위한 '문어발식 기업사냥'에 나섰다. 인수할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비젼텔레콤 주가가 1백원대에서 1천5백원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잇따라 실시했고 이렇게 얻은 자금은 다시 아이빌소프트 등 다른 기업인수를 위해 사용됐다. 즉 '기업인수→주가급등→유상증자→자금마련→기업인수→주가급등…'을 반복하는 행태를 보였다. 한신코퍼의 경우 비젼텔레콤에 인수되자마자 비젼텔레콤 증자에 참여하고,장내 주식매수에도 나서 계열사간 편법지원이라는 논란도 많았다. 결국 김 사장은 단 1년여만에 비젼텔레콤을 17개 장·내외 기업을 가진 회사로 키워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결국 개인 횡령비리 사건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어찌됐건 김 사장이 인수한 회사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 여러차례 비젼텔레콤 등의 주가흐름에 이상징후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하지만 금감원 등 감독기관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며 쓴소리를 했다. ◆석연치 않은 적대적 M&A=지난해 말부터 김 사장과 관련된 회사들은 적대적 M&A에 휩싸였다. 김태정 전 법무장관이 대주주로 있는 로시맨 등이 공개적으로 인수 선언을 하고 지분을 사들이면서 비젼텔레콤 아이빌소프트 한신코퍼 등 코스닥 등록 3사의 주가가 출렁거린 것.마침내 로시맨은 올 초에 임시주총을 열고 아이빌소프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하지만 당초 표대결을 불사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김 사장측의 반발은 거의 없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또 3개사 모두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여서 M&A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서도 세간의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김지태 로시맨 이사는 횡령사건이 알려진 이날에도 "아직도 비젼텔레콤과 한신코퍼에 대한 적대적 M&A 계획을 그대로 갖고 있다"고 밝혀 결과가 주목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