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사흘연속 한국 주식을 팔고 있다. 사흘 연속 순매도는 지난 5월후 처음이다. 지난18일 시간외 거래를 통해 두산그룹이 가지고 있던 하나은행 주식이 외국인에게 넘어간 영향으로 순매도 규모가 4백90억원에 그쳤지만 사실상 사흘 연속 1천억원 이상을 내다 팔았다. 특히 20일엔 그동안 미국 증시와 연동된 매매패턴을 보이던 외국인이 전일 뉴욕 증시가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 기조를 이어가 그 배경과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신용카드사들의 유동성 위기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확대 등 국내 요인이 일부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집중된 외부 충격으로 외국인의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매수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금융주 집중 매도 이날 외국인이 보여준 매매 패턴은 국내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1천3백9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주식 5백8억원어치를 순매도,가장 많이 팔았다. LG카드(2백67억원) 국민은행(2백21억원) LG투자증권(80억원) 등 금융주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됐다. 하나은행 우리금융 등 다른 은행주도 이날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 들어갔다. 신규자금 지원에 나서야 하는 등 카드사에 발목을 잡힌 은행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 ㈜LG와 LG화학 LG석유화학 등이 포함돼 있는 것도 검찰 수사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조전환 논의는 시기상조 전문가들은 카드사 유동성 문제나 검찰 수사에 외국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극히 일부의 헤지펀드성 자금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시장의 외생변수들은 증시의 큰 흐름을 바꿀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를 감안할 때 1천억원 정도의 순매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며 "미국 증시의 조정 분위기에 따라 외국인이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헌 SK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다시 불거진 카드사 문제나 검찰 수사 등이 일부 외국인에게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외국인 매수기조에 변화가 왔다는 해석은 성급하다"고 강조했다. 장 본부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갖기 시작하면서 아시아증시로의 자금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상을 시사하거나 중국경제의 성장세에 이상징후가 감지되기 전까지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사자'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계 시각 외국계 증권사들도 이번 증시 조정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바클레이즈증권 측은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SK글로벌 사태를 통해 카드사 문제로 발생하는 시장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줬다"며 "최근 다시 불거진 카드사 위기도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영우 UBS 전무는 "신용카드사 유동성 위기론이 커지고 있지만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