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가 장기화되는 가운데서도 개인 투자자들과 생명보험회사의 여유자금이 외화표시 예금으로 꾸준히 몰려 주목되고 있다. 도쿄미쓰비시,미즈호 등 4대 은행그룹의 개인 외화예금 잔액(UFJ)은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약 2조5천억엔에 달해 엔화 값이 오름세를 타기 전인 6월 말에 비해 약 8% 늘어났다. 9월 한달만 놓고 볼 경우 UFJ는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한 10월에도 개인 외화예금 증가세는 꺾이지 않은 채 4대 은행그룹 합계로 수백억엔 늘어났다. 개인 외화예금의 증가는 신규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엔고를 오히려 투자호기로 보는 견해가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금융권은 해석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관투자가들과 달리 개인은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외화예금 증가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기대와 달리 엔화 강세가 초장기화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환차손 급증으로 원금도 못 건지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대형 기관투자가인 생명보험사들은 엔화 강세에도 불구,미국 국채 등 외화표시 자산의 수익률이 일본 금융상품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때문에 보유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이들은 엔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선물거래로 엔화 매입을 예약하는 헤징 수법을 함께 동원하고 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엔화 값 상승으로 외화표시 자산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선물 거래로 안전판을 설치해 놓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생명보험사들 중 니혼생명은 4~9월 중 5천억엔을 외국채권 매입에 투자한데 이어 2004년 3월까지 6개월간 추가로 3천억엔을 외화표시 자산에 투입할 방침이다. 미쓰이생명보험도 지난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6개월간 외화표시자산 투자 규모를 3천억엔 더 늘릴 계획이며 다이이치,스미토모 등의 생명보험사도 외화표시자산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