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23일 3% 이상 폭락했다. 미국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데 따른 후폭풍을 맞았다. 시장체질도 극히 약해 작은 충격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특히 일본 등 아시아증시가 동반 하락,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물론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있긴 하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금리가 상승쪽으로 기울고 있어 향후 시장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왜 폭락했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시장의 급락이다.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수가 최근 'V자형'으로 급등해 가격부담이 컸었다"며 "한차례 조정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며 미국시장의 급락세가 인위적인 조정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아시아증시 동반하락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가 5.09%,홍콩 항셍지수가 2.63% 하락했다. 신성호 우리증권 상무는 "국내 기업의 실적은 큰 변화가 없지만 미국발 증시 급락 도미노가 국내 증시의 하락세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수급 악화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한데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의 사상최고치 육박, 펀드 환매, 개인의 '치고 빠지기'로 수급이 악화된 상태다. 실제로 이날 프로그램 순매도는 2천6백억원에 달했다. 반면 이번 급락은 국내외 경기회복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의 산물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의 하락은 4분기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며 "이는 국내 경기회복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외국인과 개인의 순매수에 대해서도 "적극적 매수보다는 저가 주문이 무더기로 체결된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락세 계속될까 720∼740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는 주가가 단기급등하기 직전의 지수대다.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추가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홍래 동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지 않는한 지수의 대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상승도 주가에는 오히려 플러스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우증권 전 본부장은 "현재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의 신호탄"이라며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전세계적 자금이동을 가속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정폭과 조정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화증권 이 센터장은 "700선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전략은 저점매수 기회라는 의견이 많다. 기술적 하락인만큼 기존 입장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매수 종목은 주가 차별화와 외국인 주도의 수급여건을 감안,외국인이 선호하는 업종대표주나 실적호전주로 압축하는게 좋다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결국 주도주가 오래 버틴다"며 "여전히 내수주보다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IT(정보기술) 관련 수출주도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