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환율쇼크' 이후 불안 속 소강국면이 계속되면서 금리 주가 환율 등 시장지표들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은행 카드 등 금융회사들은 하반기에도 실적악화 걱정이 태산이다. 4백조원을 웃도는 부동자금은 증시 등 정작 필요한 곳으론 흐르지 않은 채 여전히 부동산과 단기 금융상품에 잠겨 있다. 여기에다 4백31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내수경기 회복도 난망이다. 정부 일각에서 환율하락(원화 강세)과 내수경기 대책으로 콜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을 솔솔 흘리고 있다. 그러나 금리를 내려 돈을 더 풀어봐야 제대로 돌지도 않을 뿐더러 경기회복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시장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취약한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 1일 시장금리(국고채 3년물)는 3개월 보름만에 장중 한 때 연 3%대로 하락했다.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거나 'U'자형 회복을 기대한다고 해도 바닥국면이 더 오래갈 것이란 시장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환율은 오히려 경제상황과 괴리된 채 거꾸로 움직여 걱정이다. 정부는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1천1백50원선에서 배수진을 쳐놓고 있지만 여전히 엔화환율 움직임에 목을 매고 있는 판이다. 종합주가지수 800선을 넘보던 주가 역시 지난달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700선 안팎으로 밀렸다. 특히 1일에는 지수의 기술적 반등에도 불구, 금융시장의 3대축인 은행 증권 카드사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올해초만 해도 은행권의 올 순익이 7조∼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3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등 은행권의 실적 부진은 신용카드 관련 대출 부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9월초까지는 주가 금리 등이 경기회복을 기대하고 움직였지만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며 "시중자금도 부동산시장으로 재유입되는 것으로 보이며 이런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