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트증권과 소버린자산운용이라는 회사는 과연 어떤 곳인가. SK㈜ 주식을 대량 매집, 1대 주주로 올라섰지만 한국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자신들이 스스로 밝힌 내용과 소버린측과 접촉했던 극소수 인사들이 단편적으로 전해준 내용이 전부다. SK㈜ 주식매입의 주체인 크레스트증권은 조세회피지역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자본금 1백98억원 규모의 페이퍼컴퍼니다. 크레스트증권의 대주주는 86년에 설립된 소버린자산운용이다. 소버린의 본사 역시 조세회피지역인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에 있다. 소버린은 자신들이 국제자본시장에서 20년 이상 활동해온 국제투자기업으로 브라질 체코 러시아 등과 같은 시장에서 여러번에 걸쳐 최대규모의 해외포트폴리오 투자기업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소개했다. 소버린자산운용의 제임스 피터 최고운용책임자가 지난 8일 유정준 SK㈜ 전무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 회사는 패밀리 몇명이 소유한 펀드"라고 소개한 것이 거의 전부다.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헤지펀드의 일종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으나 소버린은 자신들이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라고 밝혔다. 평균투자기간이 4년 이상으로 차입금으로 투자하지 않으며 주식의 단기매매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버린측과 접촉했던 참여연대의 장하성 교수도 15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환위험을 헤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헤지펀드가 아니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유정준 전무는 "(소버린측이) 러시아 가스프롬 주식을 9년동안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1달러에 사서 40센트 될때도 들고 있었고, 최소한 4년은 들고 있는게 투자전략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외부돈을 빌린 것도 없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배당의 의무가 적기 때문에 상당기간 장기투자를 기본원칙으로 한다는 것. 국내에서도 지난 2001년 국민.주택은행의 합병당시 여러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민은행 지분 3% 가량을 매입했고 현재도 2% 남짓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소버린과 거래를 트기 위해 수 년전부터 접촉을 시도했다는 증권업계의 한 국제금융 전문가는 "브라질 체코 러시아 등 전통적인 국제 뮤추얼펀드들이 소홀히 하던 신흥시장을 파고드는 데 정평이 나 있었다"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투자성향 등 투자에 관한 한 '독사기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주로 유럽계 연기금이나 중동계 '오일달러'를 모집, 운용하고 있으며 도이치증권과 오랜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국제금융계에 알려져 있다. 소버린측은 '기업지배구조개선과 자본배분 최적화를 통한 주주가치제고'를 자신들의 투자방법으로 소개했다. 이머징마켓에서 유망 회사를 관찰하다가 위기에 빠진 회사, 사업에 관계없이 경영외적 요소로 위기에 빠진 회사를 싸게 산뒤 고쳐 돈을 벌었다는게 유 전무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단기투기 공매도나 부채를 사용한 투자를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행태를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