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자산운용과 타이거펀드. 이 두 펀드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계 펀드인 동시에 SK그룹의 경영권 위협과 관련이 있다.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에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정관을 개정하는 등 경영에 관여한 것처럼 소버린자산운용도 SK㈜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영참여 명분을 지배구조개선이라든가 개혁으로 내세운 것도 다르지 않다. 소버린자산운용은 그린메일이나 인수합병에 뜻이 없다고 밝히긴 했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지금까지 차이가 있다면 타이거펀드 사태는 완결됐지만 소버린자산운용은 진행형이라는 것뿐이다. 타이거펀드의 그린메일 과정은 크게 4단계. 지분매입→시민단체와 연대→경영간섭→지분 매각의 수순이었다. 타이거펀드는 지난 99년 SK텔레콤 지분을 6%가량 확보한 뒤 다른 외국계펀드와 손을 잡았다. 참여연대의 협력속에서 사외이사제도입 해외투자시 주주동의 등을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SK㈜ 최대주주로 등장한 소버린자산운용은 기업지배구조 투명화를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개선과 개혁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까다로운 제안을 해올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에서는 △핵심 역량 강화 △투명성 증대 △지분구조 단순화 등 3가지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소버린자산운용이 투명성 증대를 내세워 이사진 교체를 요구할 생각이 있다면 타이거펀드 사태 때처럼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올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계회사와의 지분정리 등을 요구할 경우 대주주의 지배력이 취약한 SK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 증권 전문가는 "소버린자산운용과 SK그룹간의 관계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