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5년간 쌓은 신뢰가 일시에 무너졌다.''중장기적으로는 기업 투명성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에 대한 외국계 증권사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판 엔론'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심각하다는 부정적 견해와 한국증시의 약점인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해소시키는 계기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쟁과 북핵문제 등 대내외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급랭시킬 것이라는 점에는 같은 입장을 보였다. ◆약(藥)이나,독(毒)이냐 가장 '우울한' 비관론을 내놓은 곳은 골드만삭스증권.임태섭 골드만삭스 상무는 "예상치못한 유동성 위기가 투자심리를 급랭시키고 있다"며 "이번 분식회계 사건으로 종합주가지수가 500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외국인들은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성과가 이 정도였느냐며 회의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조속한 해결 없이는 국내 증시가 당분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JP모건은 "이번 사건이 SK텔레콤 등의 계열사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분간 유동성 위기와 신뢰회복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UBS워버그 살로먼스미스바니(SSB) 등은 이번 사건을 '저가매수의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UBS워버그 이승훈 상무는 "단기적으로 국내증시가 충격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한국기업이 거쳐갈 '통과의례'(通過儀禮)로 볼 수 있다"며 한국증시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SSB의 다니엘 유 이사도 "이번 사태의 부정적 파장은 펀더멘털이 아닌 심리적인 성격이 짙다"며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파장이 있겠지만 오히려 저가메리트가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종과 종목에 대한 시각차 이번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은 은행주와 SK텔레콤에 대한 시각도 크게 교차했다. CSFB는 "위험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며 그룹관련 리스크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며 SK텔레콤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두단계나 끌어올렸다. 이에반해 BNP파리바는 "SK텔레콤은 '아버지의 원죄'로 당분간 신뢰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시장수익률 하회'의견을 제시했다. CSFB는 은행주에 대해서도 "다른 기업에 대한 추가 조사로 확대되면 부담이 되겠지만 주가는 여전히 싼 편"이라며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한미 신한지주 등 국내 은행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하회'로 끌어내렸다. USB워버그와 SSB도 은행주에 대한 매도공세는 '과잉반응'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메릴린치와 CSFB에서는 "SK텔레콤의 지분을 보유한 SK글로벌과 SK그룹이 SK글로벌의 자구계획으로 지분을 매각할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 SK텔레콤은 그룹으로부터 독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