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 경제와 증시는 이라크전이 발발하더라도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금융전문지인 배런스가 최신호(10일자)에서 증권사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배런스는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아시아 증시에 미칠 영향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향후 전쟁 시나리오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우선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씨티그룹의 협조 아래 이라크전의 향방을 세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한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돈 한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이라크전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 경제가 타격이 가장클 것으로 분석했다. 한나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유망한 시나리오로 개전 직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돼 민간인 인명피해가 거의 없고 이라크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대량 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가운데 석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상황을 들었다. 이 시나리오에서 유가는 현 분기에 배럴당 35달러선에 거래되다가 내년 4.4분기께 21.08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미국이 예상치 못한 저항에 직면, 전쟁이 12주 가량 지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중기 시나리오도 가정됐다.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30~40%로 이라크가 걸프지역 원유 생산 시설에 제한적인 타격을 가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일부 대량 살상무기를 사용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이 경우, 유가는 현분기에 배럴당 42달러로 급등했다 내년 4.4분기께 3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또 이런 가정하에서 미국 경제는 올해와 내년 -1.4%, -1.5% 성장하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성장률은 각각 -0.7%, -0.4%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0.5%, 0%의 성장률을 기록, 싱가포르는 올해 성장률 -2% 보다 더 나을 것으로 전망됐다. 심지어 전세계적인 침체속에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0.9%, 0.3%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능성이 5~10%인 최악의 시나리오는 격렬한 시가전으로 상당한 손실이 발생, 전쟁이 6개월까지 지속되는 상황으로 영국 등 우방이 철군하고 걸프지역의 석유 생산시설이 상당부분 파괴된 상태다. 이 경우, 유가는 현 분기에 배럴당 45달러까지 오른 뒤 2.4분기에는 80달러까지 폭등하고 내년 4.4분기 들어서야 40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관측됐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한국은 올해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0.7~1.8%의 성장률을 기록, 싱가포르(-5.3%), 태국(-3.8%) 보다 타격이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ING 파이낸셜 마켓 아시아의 투자전략가인 마르커스 로스젠과 줄리안 룽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라크전쟁 이후 한국과 대만 증시가 높은 상승률을 보이겠다며 상승 유망 종목으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국민은행과 대만의TSMC, UMC 등을 꼽았다. ING 파이낸셜 마켓은 지난 1991년 걸프전후 대형주들은 34%, 중소형주는 30% 가까이 급등했다고 설명하고 이라크 전쟁 이후 아시아 증시가 20~3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증시 랠리 후에는 경제나 기업순익이 개선되는 데 6~9개월이 걸려 상승폭이 어느정도 제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