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4개월간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사완료 연기, 기획문건 유출 등 갖은 파란을 일으켰던 공정거래위원회의 6대 그룹 내부거래조사가 마침내 종료됐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상시감시차원'이라는 공정위의 계속된 해명에도 불구하고시작시점이 미묘했던데다 재계의 조직적 반발에다 조사 자체가 정치쟁점화되면서 공정위로서는 가장 어려운 조사를 진행한 셈이 됐다. ◆ 손볼 곳 많은 재벌 행태 공정위 조사결과 6대 그룹중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5대 그룹의 51개 계열사가 지난 2년간 10조원이 넘는 245건의 내부거래를 늑장공시하거나 아예 공시조차 하지 않고 숨겼던 것으로 밝혀져 57억원 가량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미진한 내부거래공시는 의도와 무관하게 건당 최고 과태료 1억원에 그칠 수밖에없는데다 이번 적발결과도 건당 평균 2천300여만원의 과태료에 그치고 있지만 공개기업의 경우 대규모 내부거래를 미공시하거나 늑장공시하는 행태는 주가조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기업의 투명성과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 조사결과 일부 재벌은 계열사외에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미공시하거나 늑장공시한 사실도 적발됐으며 단일 기업으로 최대인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현대증권은 대부분 계열사와의 금융거래를 미공시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재벌들의 기업지배행태와 투명성은 여전히 '손볼 곳'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공시이행점검이 처음이라는 이유로 조사대상 첫달인 2000년 4월 위반분은 제재에서 제외하고 이사회결의후 하루안에 공시토록 된 것을 '사흘이내'로 늘려준데다 200∼300개선에 달하는 계열사중 80개만 조사했음에도 이 정도라는 사실은재벌들이 '공정위 기능축소'를 주장할만큼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 현대상선 제재, "아직도 검토중" 이달초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현대상선의 당좌대월 누락분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도 제출조사표에 산업은행 당좌대월 누락분은 기재돼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앞서 국정감사에서 2000년 4차 부당내부거래 조사당시에도 이 부분이기록돼있지 않다고 밝힌 만큼 현대상선은 이 부분을 계속 누락한 이유가 무엇인지좀 더 분명히 해명해야 할 입장이 됐다. 그러나 공정위로서는 산은 당좌대월금액이 계열사 부당지원에 쓰여졌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금의 출처가 어디인지 여부는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아니다"라며 "당시 현대상선이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는지 여부는 2000년 조사에서 모두 밝혀졌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현대상선이 2000년, 2002년 조사에서 모두 이 사실을 조사표에서누락한데 대해 허위자료제출에 해당되는지 여부만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법률검토를 하겠다"고 밝힌지 벌써 한 달이 넘었고 허위자료제출이 그 의도와 결과와 무관하게 최고 과태료 1억원의 행정벌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다른 '진실규명효과'는 없다는 지적이다. ◆ 조사성격 뒷말.."부당내부거래조사는 없다" 7월22일께 공정위가 삼성,LG,SK,현대,현대차,현대중공업 등 6대 재벌의 80개 계열사에 조사표를 발송하면서 시작된 이번 조사의 성격이 당초 부당내부거래조사였는지, 공시이행실태점검이었는지 여전히 뒷말이 많다. 과거와 달리, 과감하게 공정위의 조사착수사실을 '폭로'했던 재계는 재계단체와관련 연구기관 등을 통해 "조사하지 않겠다고 연초에 밝혀놓고 급작스레 조사에 들어갔다","조사자체가 투망식으로 문제가 있다", "연결재무제표상 내부거래는 오히려줄어들었다"며 초기부터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총수와 일가의 불투명한 기업지배가 여전하다", "부당내부거래조사가 아니며 2000년 4월 시작된 대규모 내부거래공시의 점검차원"이라며 맞섰지만 미묘한 조사착수시점에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칼날'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더구나 조사진행과정에서 공정위가 조사착수시점 직전에 작성했다는 '부당내부거래조사기획서'가 정치권에서 폭로되고 마침내는 현대상선 대북지원설 불똥까지 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기획문건'에 대해 공정위는 "공식 결재를 맡은 서류가 아니라 초안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유출자에 대한 조사도 별도로 하지 않았지만 조사목적과 조사대상, 일정등이 조사착수시점에서 재계에 돌았던 '소문'과 거의 일치했던 점도 공정위의 당초조사의도가 '공시이행실태점검'뿐 이었는지 의문이 들게하는 대목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조사결과 부당내부거래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해 별도의기획조사를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더 이상의 조사는 없다"며 6대 그룹조사에서 완전히 손을 털었음을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