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내외 주가 폭락으로 인해 콜금리 인상을 또 한 차례 뒤로 미뤘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콜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여러차례 지적했다. 부동산시장 과열, 가계대출 급증 등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산재해 있음을 여전히 강조했지만 그 강도는 9월에 비해 훨씬 누그러들었다. 금리논쟁보다는 '시계 제로'인 대외변수와 증시상황에 주목한 것이다. ◆ 주가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5월 콜금리 목표 수준을 연 4.0%에서 연 4.25%로 올린 뒤 9월까지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짧은 회복 후 재침체)' 우려였다. 금리를 올리기엔 미국 등 세계 경제가 너무 불투명하다는 것. 박 총재는 이같은 상황을 "손발이 묶여 있다"고까지 표현했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증시 침체'라는 무거운 돌이 하나 더 얹어졌다. 이날 개장 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0시께 600선, 11시께 590선마저 붕괴됐다. 이젠 '손발'에 이어 '온몸'이 꽁꽁 묶여버린 셈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금통위 회의가 끝나기 전부터 콜금리 동결을 점치면서 국고채(3년물) 수익률이 전날에 비해 0.06%포인트 떨어지기도 했다. ◆ 금리인상 압력은 여전 박 총재는 "증시가 침체되지만 않았더라도 3.4분기중 한 차례 금리를 인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국내 증시 동반 하락으로 인해 인상 시기를 잠시 늦췄을 뿐, 금리를 올려야 할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 미국 유럽과 달리 금리인하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경기전망도 금리인상에 적합한 상황이라고 박 총재는 지적했다. 물가나 경상수지에 빨간불이 켜져 유동성을 줄일 필요가 커진 데다 내수나 수출 등 국내 경제상황이 양호해 금리를 올리더라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 연내 인상 가능성 있나 박 총재는 "11월에는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그때 가서 보자"고 답했다. 대내외 경제상황, 특히 증시 움직임을 살펴본 뒤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콜금리는 지난 5월 이후 두 차례 더 올려 연 4.75%나 5.0%가 됐어야 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지 않은 만큼 금리인상은 필요하다"(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는 의견과 "최근 들어 거시 경제지표가 점점 악화되고 있어 연내 콜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오상훈 SK증권 팀장)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