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권시장이 동반 하락의 함정에 빠지면서 차별성을 보였던 우리 증시도 추락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전날 미국 증시 급락이 우리 증시를 강타해 오후 2시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29.17포인트(4.63%) 추락한 590.77로 600선이 깨진데 이어 590선도 불안하고, 코스닥지수는 2.29포인트(4.97%) 내린 43.54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13% 떨어진 8,357.64로 8000선이 불안해졌고 홍콩 항셍지수는 1.66%, 인도네시아 증시는 2.18%, 말레이시아 증시는 1.10% 각각 하락했다. 각국 증시는 지난해 9.11 테러 사태 이후 바닥을 찍고 올들어 1.4분기까지 미국경기의 회복 조짐에 발맞춰 반등의 조짐을 보이다가 미 경기의 불확실성과 이라크전쟁 등 외부변수가 겹친 가운데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미국 기업의 실적 악화와 경기 침체 우려는 독자적 모멘텀이 없는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앞날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세계 증시 동반 급락 세계증시의 바로미터인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해 말 10,021.50에서 9일 7,288.27로 27.27% 하락했다. 나스닥지수는 1,950.40에서 1,114.11로 42.88%나 급락했다. 다우지수의 중요한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7,500선이 무너진 만큼 7,000선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짙다고 증시 분석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73년부터 2년간 이어진 기술주 거품해소 과정과 유사하다고 보면 다우지수는 향후 10% 이상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작년말 10,542에서 9일 8,539.34로 19.00% 떨어졌으며 10일 오전에는 수출.은행주의 약세로 19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증시의 주요지수는 테러 직후 저점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영국 FTSE100도 지난해 말 5.217.40에서 9일 3,742로 28.27% 하락했으며 독일 DAX지수는 5,160.10에서 2,597.88로 49.65%가 급락하면서 주요국가 지수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의 주요지수는 6∼7년래 최저치를 최근 잇따라 기록했다. 우리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말에 비해 36.53%(9일 현재) 하락한 수준을 기록했으나 종합주가지수는 10.63% 떨어져 비교적 하락폭이 적었다. 홍콩 항셍지수와 싱가포르 STI지수는 각각 21.23%와 15.09% 내렸다. ◆악재에 함몰..추가하락 전망 미국 기업실적의 악화,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 미국의 이라크 공격 , 유가불안 등의 악재는 미국과 우리 증시를 포함한 세계증시를 옭죄고 있다. 미국에 연동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가진 유럽 증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공격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펴지 않은 가운데 이렇다할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일본 증시도 은행을 비롯한 부실기업 속출 우려와 함께 정부가 펼치는 디플레이션 정책에 대한 불신이 증시에 전달되면서 유례를 찾기 힘든 하락세에 빠져있다. 삼성증권 전상필 수석연구원은 "유럽에 비해 견고했던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권 경제도 수출 주도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소비위축으로 내수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로 내수주가 방어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세계 증시의 숨통을 트려면 결국 미국 경기의 회복 신호와 함께 이라크전 등 불확실한 외부 변수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다우지수 7,500선이 깨져 미국 증시의 추가하락 우려가 크고 반등보다는 저점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아 세계증시 역시 당분간 희망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