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리스크를 고려할 필요가 없을 만큼 주가는 떨어졌다. 지금은 분명 매수할 때다.' 올 4분기 증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종합주가지수 630선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닥권. 현 장세가 수급의 논리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630 이하는 과매도권이라는 설명이다. 종합주가지수는 650 전후에 머물고 있지만 지난해 9.11 테러 때보다 체감 주가는 훨씬 더 하락해 있다는게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거래소 시장의 평균 PER(주가이익비율)는 6배 미만에 머물고 있다. 9.11 테러 당시 PER는 6.1배. 기업의 실적이 지난 1년간 호전됐지만 시장은 이같은 호전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주식 매수에 나설 타이밍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손동식 미래에셋투자자문 이사는 "650 미만에서는 주식 비중을 줄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있어 가격 리스크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경기 움직임에 주가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중소형 우량주나 대형주중 PER가 낮은 종목을 선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630 바닥론 =최근 주가가 떨어진 요인이 국내 변수보다는 해외 변수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가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한다고 할 때 한국 기업들의 가치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이에 반해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해외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손동식 미래에셋 이사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발발 가능성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며 "결국 미국 경제의 동향이 향후 시장 방향을 좌우하겠지만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간다고 해도 주가는 급락보다는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실적 호전세가 유지되는 한 더 이상의 주가 하락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상승을 위한 준비가 완료돼 있고 신호만 떨어지면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손 이사는 덧붙였다. 물론 지수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시장의 수급이 개선돼야 한다. 현재 거래 대금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외국인과 선물시장이 휘두르는 대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의 에너지가 거의 고갈돼 있다는 뜻이다. 시장 에너지를 채워넣기 위해선 특별한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기업의 4분기 실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국 시장에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미래에셋 손 이사는 "미국기업의 실적회복 여부가 향후 시장이 어디로 갈지를 알려줄 것"이라며 "미국기업의 실적호전이 가시화되지 않는한 지수가 상승 모멘텀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살때인가 =리캐피탈 이남우 대표는 "헤지수단이 없는 개인투자자들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식투자에 나설 방침이라면 지금은 주식을 사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긴 하지만 가격 메리트가 돋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KTB자산운용 장 대표는 "리스크가 거의 없어진 가격대에 들어와 있다는 점에서 PER가 낮고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은 종목을 사들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손이사는 "지금은 주식을 매수할 기회"라며 "다만 내년 경기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민감주인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우량주를 사볼만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식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러 가지 악재들이 선반영됐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의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공격적인 매매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 리캐피탈 이 대표는 "자산의 30% 정도는 현금으로 갖고 있으면서 나머지는 주식과 채권으로 분산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