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카르텔을 '불황의 아들'이라고 불렀다. 불황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손을 맞잡고 가격이나 생산물량 등을 조절했다. 존폐의 기로에 섰을 때 나오는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규제하고 있는 카르텔 대신 나온 비책이 다름 아닌 '빅딜'이었다. M&A(인수합병)의 한 방법이지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란 점에서 그 발원이 카르텔과 같다. 세계 반도체업계가 빅딜로 술렁거리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한국경제의 기둥이어서 파장이 클 터다. 빅딜이 성공하면 제조업체가 가격결정권을 쥐게 돼 해당 업체와 산업은 어느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불황탈출의 진정한 신호는 수요회복에서 나오는 법.잇따른 빅딜 논의가 불황의 깊이를 실감케 한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