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사흘째 소폭 오름세를 이었다. 상하 움직임이 극도로 위축돼 전날 기록한 3개월중 일중 최소 변동폭을 갈아치웠다. 개장초 일주일만에 1,200원대로 진입했던 흐름은 엔 강세 반전, 고점 매도 등에 밀린 뒤 정체된 궤적을 그려 박스권 장세가 계속됐다. 업체 네고물량의 공급이 있었으나 정유사 등의 결제수요,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매수세 등이 환율 상승세를 지지했다. 수급상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는 가운데 시중 포지션은 약간 부족한 듯한 감을 남겼다. 시장 거래는 방향성 없음을 이유로 부진한 양상이 계속됐으며 은행권의 포지션 이동만 잦을 뿐 업체나 역외의 참여는 여전히 부진했다. 달러/엔 환율도 118엔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안정된 흐름을 보여 시장 지표 역할은 제한됐다. 달러/엔을 통한 새로운 모멘텀의 등장을 바라는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감과 달리 환율은 1,200원을 중심으로 한 박스권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된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50원 오른 1,198.40원에 마감했다. 이날 고점은 1,200.80원으로 지난 3일 1,201.90원까지 올라선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며 저점은 1,197.50원을 기록했다. 환율 하루 변동폭은 3.30원에 그쳐 전날의 3.40원보다 좁았으며 지난 6월 28일 3.00원을 움직인 이후 최저치이다. ◆ 방향성 윤곽 드러날까 = 일단 시장 참가자들은 12일로 예정된 부시의 UN연설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 움직임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도 있기 때문. 9.11을 전후한 테러재발 우려와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가능성 등의 국제 정세 변동에 대한 돌발변수도 시장심리를 좌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요인들이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엔이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상존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오전중 역외매수세와 업체 네고물량이 부딪힌 이후로 포지션이 균형을 이뤘다"며 "달러매수(롱)과 매도(숏)이 엇갈린 가운데 짧게 보고 단타위주의 거래가 성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박스권을 뚫기 어렵고 단기 전망도 거의 일치하고 있어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엔도 많이 오르기 어렵다면 내일도 1,195∼1,203원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업체 네고가 나왔지만 빠지니까 결제수요가 계속 유입됐다"며 "갈수록 아래위로 결제와 네고간의 간격이 좁혀지면서 진폭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모멘텀없이 수급에 따라 등락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 같다"며 "달러/엔이 조금 위쪽을 향하고 있으나 크게 오를 여지가 없어 달러/원도 1,200원을 축으로 위아래 5원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 고민하는 달러/엔 = 달러/엔 환율은 이날 119엔대 진입에 제동이 걸린 뒤 테러 재발 우려, 미국의 이라크 공습 가능성 등으로 반락세를 보였다. 앞선 뉴욕장에서 증시 강세 등으로 상승하며 118.86엔에 마감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개장초 119엔대 등정을 시도했으나 매물벽에 막혀 되밀렸다. 달러/엔은 오후장에서 118.28엔까지 밀렸으나 118.30엔을 지지선으로 반등, 오후 4시 49분 현재 118.68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이날 두 통화간 변동속도의 괴리감으로 인해 100엔당 1,010원을 경계로 등락했으며 같은 시각 1,009원선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62억원의 주식순매수를, 코스닥시장에서 5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틀째 주식'사자'가 앞선 흐름이나 규모가 적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3.10원 높은 1,200.0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고점인 1,200.80원까지 올라선 뒤 고점 매도에 되밀려 10시 3분경 1,197.90원까지 흘러내렸다. 이후 환율은 저가 매수 등을 빌미로 소폭 반등, 1,198∼1,199원을 오가는 횡보세를 보이다가 1,198.7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높은 1,199.0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1시 57분경 1,197.70원으로 내려선 외에 1,198원선의 붙박이 장세를 이었다. 그러나 달러/엔이 추가 하락하면서 달러/원은 2시 43분경 저점인 1,197.50원까지 내린 뒤 1,197.60∼1,198.50원에서 등락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2,600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5,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1억8,100만달러, 6억1,130만달러가 거래됐다. 11일 기준환율은 1,198.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