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박스권내 등락을 거듭한 끝에 이틀째 소폭 상승했다. 줄곧 상승세를 유지하던 환율은 장 막판 포지션 처분이 가속화되며 급전직하, 하락 반전하기도 했으나 강보합권에서 마무리됐다. 장중 시장 참가자들의 손바뀜이 잦았다. 오전중 3주중 최고치인 1,209원까지 상승, 견고한 오름세를 보이던 환율은 달러/엔 환율의 급반락과 손절매도의 가속화로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됐다. 역외세력은 이날 강한 매수세를 유입했으나 달러/엔이 반락하면서 매도 전환하는 등 국내 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업체 네고물량도 꾸준하게 출회돼 환율 상승을 제한했으나 결제수요가 예상외로 많아 시중 포지션은 남아보이지 않는다. 달러/엔은 이날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개장초 119엔대 진입을 꾀하던 달러/엔은 수직낙하, 117엔대로 뚝 떨어졌다. 다만 달러/원은 결제수요 등이 아래쪽을 지지하면서 달러/엔과 연결고리가 느슨해졌으며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20원대까지 치솟았다. 29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50원 높은 1,201.50원에 마감했다. 이날 고점은 지난 9일 장중 1,211.00원 이후 최고치인 1,209.00원, 저점은 1,199.90원을 기록했다. 환율 하루 변동폭은 9.10원을 가리켰다. ◆ 박스권 여전 = 월말이라는 시간적인 요인에도 불구, 공급우위의 장세는 오지 않고 있다. 달러/엔 환율 급락에도 달러/원 하락이 제한되는 것은 시장에 물량 부족상태임을 방증한다. 일부에서는 원화와 엔화간의 디커플링(차별화)과정으로 해석, 수급에 치중하는 가운데 수요우위에 따른 상승세의 본격 가동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장에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경상수지도 악화돼 달러매수(롱)가 편하다는 것.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월말임에도 네고가 충분치 않은 반면 정유사 등의 결제수요가 꾸준했다"며 "미국 달러가 약세로 반전하고 엔/원이 1,020원대로 높아 부담이긴 하지만 수급에 더욱 많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우위의 국면이 예상돼 1,200원 밑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밤새 달러/엔의 추가 하락이 저지된다면 내일은 1,200∼1,210원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개장초 일부 은행에서 달러매도초과(숏)상태가 깊은 채로 넘어와 달러되사기(숏커버)가 강했던 탓에 1,209원까지 과도하게 오른 감은 있다"며 "장중 달러가 없어보여서 달러매수(롱)심리를 쉽게 버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1,190∼1,210원 틀로 보고 있다"며 "달러/엔이 추가 하락하면 1,195원까지는 보이나 공급이 앞서지 않아 위로는 1,208∼1,209원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엔/원 1,020원대 근접 = 엔/원 환율은 두 통화간 변동속도의 괴리로 장중 100엔당 1,020원대까지 치솟아 연중 고점에 접근하기도 했다. 엔/원은 서울 외국환중개 고시기준으로 지난 3월 12일 1,027.63원을 고점으로 기록한 바 있다. 엔/원 거래에서 높은 레벨임에도 차익매수가 나와 달러수요를 유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117∼119엔을 오가는 등 변동이 심한 하루였다. 전날 뉴욕에서 118.68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도쿄 개장초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 등으로 한때 119.06엔까지 올랐다. 그러나 미국 경제지표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차익매물이 쏟아져나오자 달러/엔은 오후장에서 급반락, 지지선으로 인식되던 118.30엔을 뚫고 117.50엔까지 되밀리기도 했다. 달러/엔은 런던장에서 한국 시각 오후 5시 18분 현재 117.66엔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280억원, 100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거래소에서 나흘째 1,000억원 이상의 주식순매도를 기록,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최근 나흘간 두 시장을 합쳐 외국인은 5,115억원을 '팔자'에 치중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3.00원 높은 1,204.00원에 개장한 환율은 한동안 1,205원선을 배회하다가 역외매수세로 10시 23분경 고점인 1,209.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업체 네고 출회와 달러/엔 급반락으로 환율은 1,204원선까지 밀렸다가 저가 매수세가 지지하는 가운데 소폭 반등, 1,205.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2.40원 낮은 1,203.1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엔 강세를 반영, 1시 43분경 1,202.40원까지 흘러내렸으나 저가매수세로 1시 58분경 1,204.50원까지 반등했다. 이후 환율은 주로 1,203원선에서 둥지를 틀다가 달러/엔 상승으로 3시 32분경 1,205.80원까지 되오른 뒤 달러/엔 급반락을 타고 4시 18분경 1,199.90원까지 낙하했다. 그러나 저가매수세가 아래쪽을 단단하게 지지, 환율은 1,200원대로 재반등, 상승 재반전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2억6,3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6,25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2억5,400만달러, 6억8,310만달러가 거래됐다. 30일 기준환율은 1,204.9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