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폭등했지만 우리증시는 보합세에 머물렀다. 전날 미국시장의 급등은 그동안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데 따른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다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전문가들은 회계부정사건, 기업실적 개선속도 둔화, 달러가치 하락 등 미국 증시의 악재가 여전한만큼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우리 종합주가지수는 당분간 700∼760선, 코스닥종합지수는 56∼63선의 박스권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장세에서는 종합주가지수 700선 부근에서 실적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한 뒤 일정 수준까지 오르면 매각하는게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미국발 호재에도 증시 보합세 전날 다우존슨산업평균지수는 6.35%(488.95포인트) 폭등한 8,191.29에 마감됐다. 나스닥지수는 4.96% 상승한 1,290.01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73%오른 843.39에 각각 종료됐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상승폭은 지난 1987년 10월의 증시 붕괴이후 1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25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강세로 출발했으나 미국 증시 안정여부에 대한 불안으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종합주가지수는 31.37포인트 급등한 762.78로 시작했다가 상승폭을 계속 줄이더니 결국 2.11포인트(0.29%) 오른 723.52에 그쳤다. 코스닥지수도 3.06포인트 오른 62.10에 출발했으나 0.69포인트(1.11%) 상승한 60.23에 종료됐다. 특히 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무려 1천445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들은 마감 동시호가에서 매도를 더욱 확대했다. 또 코스닥시장에서는 87억원, 선물시장에서는 5천251계약의 매도우위를 각각 나타냈다. 아시아의 다른 증시도 예상외로 맥을 못췄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약보합에 머물렀고 홍콩의 항셍지수와 대만의 가권지수는 강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 미 증시 급등은 기술적 반등 이날 한국증시가 갈수록 힘을 잃은 것은 전날 미국증시의 폭등이 기술적 반등에 불과한 것으로 투자자들은 분석했기 때문이다. 전날 J.P.모건이 엔론의 분식회계와 관련없다고 발표한데 힘입어 J.P.모건과 씨티그룹 등 금융주가 오르면서 시장폭등을 주도했으나 이는 의미있는 호재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회계부정 사건, 경기와 기업실적 개선속도 둔화, 달러화 약세 등 악재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미국 증시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 증시가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호흡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회계부정 파문도 조만간 일단락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미국의회가 회계부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데다 미국기업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회계자료를 제출하고 최고경영자(CEO)가 사인하는 작업이 다음달 14일까지 완료되기 때문이다. 김석중 교보증권 리서치담당 상무는 "다우지수는 7,500 안팎, 나스닥지수는 1,250∼1,300선에서 움직이는 횡보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시장이 추가로 떨어져도 하락률이 10%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여 현재가 거의 바닥권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 우리 증시 박스권 장세 전망 전문가들은 미국증시가 하락하지 않고 횡보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한국시장은 차별적인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뚜렷한 상승모멘텀이 없기 때문에 종합주가지수는 700∼760선, 코스닥종합지수는 56∼63의 박스권 장세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외국인들이 거래소시장에서 지난 15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순매도를 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런 요소다. 15∼25일 외국인들의 순매도금액은 6천288억원에 이르렀다. 김경신 브릿지증권 상무는 "20일 이동평균선이 계속 내려오고 있는 만큼 추세적인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앞으로 1∼2주내에 추세적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시장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한국증시는 700선대에서 바닥권을 굳히고 기술적인 반등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기업실적 개선이 예상보다 저조하기 때문에 강한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장세에서 단기적 매매를 하는 투자자라면 종합주가지수 700선부근에서 실적우량 내수주를 사고 760선 부근에서는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장기적인 투자를 하겠다면 수출우량주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