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급락 추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환율하락은 국내 증시에 상승논리를 제공했던 수출경기의 조기 회복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최근 수출주들이 맥을 못추면서 증시가 프로그램매매에 휘둘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달러화약세(원화강세)-미국 경기 회복지연-미국 증시약세(환매요구)-외국인 자금이탈'의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 엔화의 동반강세에 불구하고 국제시장에서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 상품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율변화에 민감한 기업 수익성=삼성증권이 국내 50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이 1천2백50원에서 1천1백50원으로 1백원 떨어지면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2백67조7천억원에서 2백61조8천억원으로 5조9천억원(2.2%)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33조8천억원에서 30조8천억원으로 3조원(8.8%),순이익은 25조7천억원에서 24조6천억원으로 1조1천억원(4.4%)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체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3.9%와 12.3%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섬유업체의 순이익이 각각 32.9%와 26.0% 줄어드는 반면 항공해운 및 정유업은 1백43.6%와 24.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별 명암 엇갈려=환율하락으로 순이익이 감소할 종목으로는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현대차 3인방'이 꼽혔다. 달러화 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천2백50원에서 1천1백50원으로 1백원 떨어지면 현대모비스의 순이익률은 3.6%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이익률도 2.5%와 1.7%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순이익률도 1%이상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원화환율이 달러당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순이익은 연간 8백50억원과 2백6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한진해운 대한항공 한국전력 제일제당 포스코 농심 SK 등은 순이익이 늘어날 종목으로 분류됐다. 외화부채가 많거나 원재료 수입이 많은 기업들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백원 떨어지면 순이익률이 5.5%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진해운과 대한항공도 순이익률이 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아나는 작년말 기준으로 외화부채가 1조7천9백79억원에 달한다.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의 외화부채도 3조원을 웃돈다. 한국전력도 외화부채가 9조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원화절상 수혜주다. 포스코는 원화가 10원 절상되면 순이익이 3백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하락은 증시에 악재=동양종금증권 박재훈 차장은 "달러화 약세 기조가 유지돼 미국 증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미국계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수익률 높은 한국 증시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덜 오른 일본 등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화가 계속 절상되면 미국시장 등지에서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의 상품과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면서 "환율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수출경기 회복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