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이번주 들어 가장 크게 출렁거렸다. 전격적인 국민연금 투입,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하 등 호재성 재료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으며 옆걸음하던 종합지수는 유럽과 미국에서 몰아친 해외악재에 하락갭을 만들며 여지없이 속락했다. 저가매수세가 유입돼 속락은 주춤, 1차적으로 580선에서 지지받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월 이후 다져온 580선에 대한 지지력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고 있고 577선께 포진한 120일 이동평균선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체력과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감안할 때 580에서의 지지 강도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최대 매매세력인 외국인이 현선물을 동시에 매도하고 있어 받아낼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일 국민연금으로부터 3,200억원을 위탁받은 운용사와 자문사들은 이미 투입금액 70% 정도를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 매도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콜금리 인하로 증시를 움직일 내부 요인이 모조리 드러난 상황에서 해외악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추가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목요일 뉴욕증시는 나스닥지수가 2.83% 빠지는 등 주요지수가 모처럼 큰 폭 움직이며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본격적인 실적발표를 앞두고 쏟아진 경고에 6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비제조업지수가 기준치인 50을 넘었다는 발표는 뒷전으로 밀렸다. 장 종료 후에는 저장장치업체 EMC와 반도체 제조업체 AMD가 매출과 수익이 저조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간외거래에 기술주는 더 떨어졌고 나스닥선물 지수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유럽주가는 영국 마르코니가 올해 수익이 지난해 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등 반도체, 통신업체가 실적우려를 내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급락했다. EMC와 AMD는 악화될 고용지표와 함께 뉴욕증시에 하향압력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요일 나오는 미국의 6월 실업률은 4.6%로 5월 4.4%보다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출이 지난 3월 이후 넉달째 감소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등 전망지표의 호전과는 달리 실물경기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휴일을 마치면서 경기회복 신호와 뉴욕증시 안정이라는 기대했던 상승 시그널은 나타나지 않았고 당분간 실망감을 메울 다른 요인은 발견하기 힘들다. 아래로 내려설 폭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다소 위안을 삼아 볼 만하다. 그러나 추세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적 반등에 기댄 저가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저점을 낮추고 최대한 현금확보에 나설 시점이라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체력을 감안할 때 580선이 손쉽게 붕괴될 경우 투매성 물량이 쏟아지며 한번더 골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날 거래량이 2억주에 미치지 못하는 등 지수저점에 선행하는 거래량 저점이 어느 정도 형성되긴 했지만 침체 국면에서 탈피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통신 등 기술주 약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가격논리'에 입각한 기술주 매수 시기는 한차례 더 늦춰도 될 듯하다. 현대차, 태평양, 전기초자, 현대백화점 등 가치주도 좀더 조정이 필요하다. 주도종목군이 부각되지 않은 가운데 틈새종목 발견도 쉽지 않은 장세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