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증시 최대 화두는 유동성 장세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하게 돈이 증시로 몰리면서 주가를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늘어나는 고객예탁금과 시중금리 하락세 등을 배경으로 증권 건설주 등 낙폭과대 대중주가 날개를 펴고 있다.

1일 새벽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한 상황이어서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부풀고 있다.

때마침 AIG가 현대투신증권에 지분참여를 결정,금융시장의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시장만 놓고 보면 유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섣불리 단정할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증시로의 유동성 공급은 외국인 순매수 자금 2조5천억원이 전부이며 실제 시중자금의 증시이동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저수준의 금리,자금경색 해소 등의 증시주변 여건은 점점 유동성을 보강하는 쪽으로 성숙돼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국내 유동성 증가는 미미=대우증권은 올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옮긴 실질적인 자금은 2천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순수예탁금 증가분(고객예탁금 증가분 2조3천3백17억원-외국인 순매수 2조5천7백억원-기관 순매수 마이너스 8천6백억원-미수금 증가분 3천8백억원)은 생각보다 적었다.

이영원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늘어난 예탁금은 신규자금 유입이 아니라 외국인의 순매수에 따른 개인의 주식매도 자금이 아직 계좌에 쌓여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려면 은행등 다른 금융기관에 있던 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투자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간접투자상품도 마찬가지다.

투신사 주식형및 주식혼합형 펀드의 잔고는 연초 24조9천억원에서 지난 29일 현재 23조7천억원으로 1조2천억원가량 줄었다.

신규자금이 조금씩 들어오곤 있지만 환매자금도 만만찮은 편이다.

◆자금유입이 미미한 배경=주가가 올랐지만 ''긴가 민가''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통계청의 12월 경기동향에서 나타났듯 경기가 언제 바닥을 칠지 몰라 주가상승을 확신하는 투자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98년말과 같은 ''미국 금리인하-외국인 매수세-주가상승-개인자금 증시이동-주가급등세 지속''이란 선순환을 낙관하는 전문가들이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채원 동원증권 주식운용부장은 "지난 98년말에는 경기가 바닥을 친 뒤 회복하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외국인의 바통을 이어받아 일반인 자금이 가세하면서 유동성 장세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위험자산 회피경향이 가시지 않았다는 대목도 개인자금의 증시유입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시주변 여건은 성숙단계=현대증권의 오현석 연구위원은 "사상 최저수준(연5%대)을 연일 경신하는 국고채 금리,은행의 잇따른 수신금리 인하,콜금리 인하 가능성,BBB급 회사채시장 회복조짐등 국내 유동성 보강 여건은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계기만 주어지면 외국인 자금의 뒤를 이어 시중자금도 증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