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률이 전세계 증시중 인도네시아와 1∼2위를 다툰다는 것은 한국 증시가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주가 조작과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 관행,왜곡된 기업지배구조,경영의 불투명성 등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2001년 증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가조작 여전=세종하이테크 사건과 진승현씨 사건은 시세조종이라는 고질병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세종하이테크 사건은 현직 펀드매니저가 거액의 뇌물을 받고 증권사 직원 등과 짜고 벌인 작전이었다.

투자자들의 돈을 최선을 다해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펀드매니저가 작전세력과 결탁한 것은 투신운용사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

진승현씨 사건은 벤처기업의 무리한 확장이 불러온 화(禍)다.

벤처기업과 신용금고 간 뒷거래가 불거졌으며 리젠트그룹의 주가 조작이 터져나왔다.

금융감독원의 현직 국장이 업자들과 결탁한 사실도 사회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었다.

◆묻지마 투자=증시 분위기에 편승한 ''묻지마 사자''와 ''묻지마 팔자''가 올해도 되풀이됐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첨단기술주 열풍에 ''텔'' ''통'' ''테크''만 들어가면 무조건 사고보는 관행이 3월말까지 이어졌다.

반대로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이지만 굴뚝주로 분류되면 뒤도 안돌아보고 처분하는 일도 벌어졌다.

동아건설이 12월 들어 미확인된 ''보물선''을 재료로 14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묻지마 투자''의 대표적 사례다.

◆불투명한 경영구조=지난 4월 현대그룹 정씨 일가가 벌인 ''왕자의 난''은 외국인의 시각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세종증권은 "10%도 안되는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정씨 일가가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인 것은 외국인들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증권은 삼성그룹의 투자내역 또한 외국인뿐 아니라 일반주주 입장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올해 LG그룹의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도 기업지배구조와 투명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명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와 준법감시인 제도 등도 아직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