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쇼크가 금융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고삐풀린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매수세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

유가상승과 대우차 처리지연 등 국내외에 혼재한 대형악재 탓에 금융시장 전반이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마비상태가 지속될 경우 제2의 경제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 금융시장 대혼란 =18일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개장과 함께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단숨에 1천1백30원대로 올라서 오후 장중한때 1천1백38원까지 급상승했다.

외국인들이 주식 매각대금을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꾸면서 원화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주도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경기하락-물가상승''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점도 달러보유 심리를 부추겼다.

채권시장에선 매수세가 실종된 가운데 매물만이 쏟아져 나왔다.

시장 전반엔 일단 채권비중을 줄여 놓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채권딜러들은 "고유가가 불을 댕긴 데다 대우차 매각 무산이란 돌발 악재가 금융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특히 유가상승은 정부가 조절 가능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높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수급상의 불균형 외에 시장의 불안한 심리가 환율상승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경제 전반의 악재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원화환율은 달러당 1천1백50원까지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정부가 눌러 왔던 실세금리가 본격적인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며 "국고채 금리는 단숨에 연 8.25%까지 올라 8.5%선을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 제2의 위기 오나 =한국경제가 환란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국제유가는 고공비행을 거듭하는 반면 한국수출을 이끌어온 반도체 가격은 급락해 ''경기 경착륙''(hard-crash)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우차 처리 불발이란 돌출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환란탈출의 양대 견인차였던 경기회복과 구조개혁이 암초에 부딪친 셈이다.

금융시장 혼란으로 자금시장도 다시 얼어붙고 있다.

연말까지 19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 물량을 맞는 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더욱이 정치는 구조조정 법안과 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미룬채 파행을 거듭하는 데다 의료사태로 불거진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심재웅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경제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구조로 바뀌었다"며 "잇따른 대형 악재의 여진을 견디지 못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추락하고 물가는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신용경색과 실물경기 급랭 및 정치권의 정쟁 등이 환란전 상황을 닮아가고 있다"며 "정부가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할 경우 제2의 경제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