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예비청약)에 참여하고도 주식을 인수하지않는 불성실 기관에 대한 증권당국의 제재가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신용금고 같은 소규모 기관투자자만 블랙리스트에 올려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고 있을 뿐 투자신탁이나 증권회사와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에게는 이같은 잣대가 적용되지않고 있다는 것.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투신사나 증권사의 미청약에 대해 주간사 증권회사들이 눈을 감아주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대형투신사인 A투신의 공모주 전용펀드는 만기를 앞두고 수요예측에 참가했으나 본청약 이전에 펀드가 청산돼 주식을 인수하지 않았다.

미청약 기관투자자가 된 것.이 투신사 직원들이 수요예측 참가신청서를 제출할 때 여러개 펀드를 한꺼번에 내기 때문에 펀드의 만기일을 깜박 잊었다는 것이다.

B증권회사도 자체 고유계정으로 수요예측에 참가했으나 이 증권사 직원이 날짜를 잊어버려 본 청약에 참가하지 못했다.

현행 규정상 주간사 증권회사는 미청약 기관투자자의 명단(이른바 블랙리스트)을 증권업협회에 빠짐없이 등록해야하며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관투자자는 최장 1년간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A투신과 B증권은 수요예측 참여에 제한을 받지않았을 뿐만아니라 블랙리스트에도 오르지 않았다.

불성실한 수요예측 참여로 지금까지 제재를 받은 기관은 신용금고 5개사와 종금사 1개사뿐이다.

C증권사 인수팀장은 "청약을 펑크낸 펀드뿐 아니라 그 펀드가 속한 투신사가 제재를 받게 되며 증권사의 경우엔 고유계정 외에 일반인 청약대행까지 못하게 되므로 명단에 올려 제재하는 것은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제재를 하게 되면 하이일드펀드 CBO(후순위채)펀드 등 공모주 우선배정 펀드를 통해 투신권으로의 자금유입을 도모하는 정부의 정책취지와도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알아서 몸을 사린다는 것이 인수팀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물론 주요 고객인 투신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계산과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식의 같은 편 봐주기도 깔려 있다.

증권업협회의 이해균 업무부장은 "주간사 회사들이 불성실 수요예측기관을 정확히 통보하고 있는지 조사중"이라며 "미청약 기관투자자를 봐주는 주간사 증권회사가 적발되면 협회규정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