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현대사태가 진정되면서 증시분위기도 좋아지자 안도하면서도 정부의 노골적인 압력에 의해 현대오너들의 사재 출자가 이뤄진데 대해서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현대투신 문제를 해결하는데 현대오너들이 얼마를 내놔야 하는지에 대해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까지 나서서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는 등 시종일관 정부의 노골적인 압력이 행사된 점에 주목하고있다.

대주주 책임경영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해선 이해하는 분위기이지만 "시장경제를 빨리 정착시키겠다는 정부가 특정기업 구조조정의 세부적인 방법과 구체적인 액수까지 일일이 간여한 것은 모순일뿐만 아니라 나쁜 선례"라는 것이 재계 고위층의 일반적인 평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4일 "현대가 내놓은 대책이 시장을 안정시키고 외국인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경제단체의 관계자는 "원칙대로 하자면 주주나 채권단이 경영부실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는 식의 방법으로 해결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주주가 최소한의 성의 표시로 사재 출자를 결정한건 일단 다행스런 일이지만 현대와 같은 사재출자 형식은 재계에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 사태 때문에 전체 시장이 불안과 위기에 휩싸이는건 좋지 않은 일"이라며 "대주주의 이번 출자 방침이 현대투신을 정상화시키고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기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출자 방침이 나왔으니 현대로서는 외자유치 등에 적극 나서 신뢰를 회복하는게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현대투신의 부실 문제에는 정부도 일면 책임이 있는 만큼 현대의 외자유치 작업 등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과는 형식상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주주가 경영부실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현대가 빠른 시간내에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LG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 사태가 시장의 장기침체를 불러 오지 않을까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사재출자 방침을 계기로 사태가 빨리 수습돼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는 "현대 사태는 현대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으며 사재 출자가 이뤄진 뒤에도 정부와 재계가 힘을 합쳐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