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의 "씨"를 말릴 기세다.

무엇보다 소수의 외국 대형펀드가 집중 매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린메일(주식을 매집한후 대주주에게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성 매집이라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향후 주가도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실적호전을 반영하기 보다 수급에 따라 급등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9일의 상승률이 이를 잘 말해준다.

29일 외국인은 3천4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이중 삼성전자는 2천4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전체 외국인 순매수금액중 57.62%를 차지한다.

이날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무려 8.96%(3만1천5백원)나 급등한 38만3천원을 기록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9일 동안 상승세를 탔다.

장중 한때 외국인이 1백만주의 매수주문을 내놓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외국인이 이런 속도로 사들여 갈 경우 시장내 유통주식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4월 중순께는 개별 종목처럼 급등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유통주식수는 총발행주식수중 1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수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인의 매매패턴상 아무리 우량주며 실적호전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한 종목을 타겟으로 삼아 사들이지는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여러 종목과 함께 사들이는 게 통상적인 매매패턴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은 적정 수익률이 난뒤 나중에 매물을 받아줄 때를 상정하고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주식매수 입지가 넓지 않은 투신사나 소액의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받아줄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따라서 "지난해 타이거펀드가 SK그룹에 SK텔레콤의 주식을 넘긴 것과 비슷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삼성그룹(이건희 회장의 지분 2.02%를 포함한 지분율 17.19%)이 지분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마저 가세하고 있다.

이날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55.01%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50만원도 저평가돼 있다고 믿는 외국인 수두룩하다"며 "내재가치에 비해 값이 때문에 사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싯가총액비중에 따라 한국시장 전체를 사는(싯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사는)게 아니라 선별된 테마주만을 집중 공략하는 테크놀러지펀드가 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즈음 삼성전자 주문이 몰리는 미국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한 개의 대형 테크놀러지 펀드가 집중적으로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다"고 확인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