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는 1998년과 지난 99년에 "극과 극"을 오르내렸다.

불법복제 프로그램으로 인해 수익기반이 악화된데다 IMF위기가 겹치면서
1998년 6월에는 부도 위기에 몰렸다.

워드프로그램인 아래아한글의 추가개발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의향을 밝힘에 따라 간판상품이 절판될 뻔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MS가 투자를 포기하고 "아래아한글 지키기 운동본부"가
출자하면서 간신히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지난 99년초에 98사업년도 결산을 마친 결과 적자규모가 1백80억원에
달했다.

이는 당시 이 회사의 자본금(1백55억원)이나 매출액(1백39억원)보다 많은
규모였다.

그러나 99년 상반기를 넘어서면서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부가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단속함에 따라 수익기반이
튼튼해졌다.

정부기관과 기업체가 정품 소프트웨어를 대규모로 구입하면서 매출액과
순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네띠앙 하늘사랑 한소프트네트 등 인터넷 관련업체에 출자해 최대
5백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는 등 인터넷 업체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이에 힘입어 지난 99년 매출액은 3백20억원, 순이익은 1백2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가도 액면가 5백원 기준으로 환산할 때 99년 1월4일 4백21원에서 99년
12월28일에는 5만2천6백원으로 1년간 1백20배 이상 폭등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홍콩의 통신전문 투자기관인 TVG(텔레콤벤처그룹)와 일본
통신회사인 히카리통신이 이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 2천2백만달러
(2백60억원)를 투자했다.

정보통신업계의 선두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졌다.

워드프로그램 분야의 경쟁업체인 MS와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점이 수익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당분간 아래아한글의 시장
점유율은 1위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아래아한글이 정부의 국민PC에 기본 프로그램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 주용석 기자 hohobo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