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전자 주가조작 혐의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란 소식이 전해진 1일 증권가는 크게 술렁거렸다.

우선 주가가 폭락했다.

대우사태에 이은 "이익치 쇼크"로는 주식시장이 장기침체 국면으로 빠져
들지 않나 하는 우려가 팽배했다.

검찰 발표대로 현대전자 주가가 과연 조작됐다고 할 수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서부터 바이코리아로 증시활황을 이끌며 기업구조조정과
IMF(국제통화기금)탈출의 기반을 만들어놓은 공로는 인정해야하지 않느냐는
주장까지 반응도 다양했다.

일각에서는 옷로비사건 등으로 실추된 자신들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이익치라는 유명인사를 잡아들이려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측 발표와 달리 현대전자 주가가 시세차익을 목표로 "조작"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전에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거의 관례화돼 있다는
것.

실제 증권가에서는 신주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배정일 직전에 30%정도
높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그래서 유상증자 공시가 나오면 으례히 "사자"주문이 몰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현대전자문제가 조작이 아니라 증자를 앞두고 관리했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

검찰은 이번 사건을 조직적인 작전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통상적인 주가
조작 작전과는 다르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저가로 주식을 사들인 뒤 폭등시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는 보통의 작전
수법과는 달리 현대계열사들은 사들인 주식을 거의 팔지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대측도 현대전자의 주가상승은 유상증자 납입대금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가를 끌어올릴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현대전자는 지난 6월23일(납입일) 유상증자(발행가 1만원)를 실시했다.

현대 계열사의 현대전자지분은 80%정도이다.

다만 계열사들이 추가로 현대전자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분율이 20%를
넘어야 지분법에 의한 주식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현대는 설명
했다.

실례로 98년 5월말 현재 현대상선의 현대전자 지분은 19.11%여서 지분율을
20%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전자 주식을 추가로 취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측은 현대 계열사가 추가 매입한 전자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라는 혐의는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현대전자의 주식 매매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칼"을 빼든 이상 뭔가 "꼬투리"를 잡아
내겠지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과 그간의 공로를 감안해 후속처리에 신중
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익치 회장은 누가뭐라해도 증권시장을 되살려 기업 구조조정과 경제
회복이 가능케한 1등 공신이다.

"바이코리아"펀드로 간접투자 열풍을 일으키면서 외환위기로 바닥에
떨어졌던 주가를 오름세로 돌려놓는데 이 회장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는데는 모두 공감한다.

특히 공정한 거래를 생명으로 하는 증권시장에서 주가조작이 일어났다면
더 그렇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조작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일을 벌려 경제를 어려운 상황
으로 몰고가서는 곤란하다는 것.

검찰이 자신들의 위상보다는 경제회생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먼저 고려해야
된다고 한 투자자는 말했다.

<>.증권업계는 검찰이 이익치 회장을 구속시킬 경우 주식시장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대우사태로 가뜩이나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회장의 구속은 자칫 30조원에 달하는 바이코리아펀드의 대량 환매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렇게되면 증권시장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

증시활황-기업자금조달-구조조정-기업실적 개선의 선순환구도가 깨지고
다시 자금이탈-증시침체-구조조정차질-실적악화의 어두운 터널속으로 다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검찰은 현대그룹 계열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한다는 원칙은
세웠으나 본격수사할 경우 주식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따른 파장 등으로 증시가 불안한 상태여서 검찰수사가
자칫 시장을 더욱 혼미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해온 이후 검찰이 무려 4개월
에 걸쳐 장기조사를 벌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당시 회복기에 들어선 주식시장에 가급적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뜻이었다.

특히 검찰은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과 박세용 현대상선 회장 등 현대계열사
최고경영진들을 사법처리하는 데도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최고경영진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임원급
실무진을 위주로 사법처리하고 벌금을 물리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 고심이 적지 않다.

< 고기완기자 dadad@ 조주현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