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살아남고 그 이외는 모두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사이버증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권성문 한국종합기술금융(KTB)사장).

"지난해말부터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여 미뤄졌던 증권.투자신탁 업계의
구조조정이 하반기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다"(A증권 사장).

여의도 증권.투신업계에 "구조조정의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아직은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어 잠복해 있으나 짙은 먹구름이
여의도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그 파괴력은 "A급태풍"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태풍의 시발점은 증권사와 투자신탁, 자산운용회사의 신설 러시다.

현재 증권사를 설립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곳은 최소한 4곳이다.

중앙종합금융 나라종금 KTB 신영균의원(한나라) 등이다.

설립준비를 거의 마치고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자본금 30억원만 있으면 설립할 수 있는 "위탁매매전문증권사"도 8월부터
30여개사가 등장할 전망이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조만간 투자신탁운용을 전환할 계획이다.

7월중에 새로 출범하는 마이다스자산운용과 태광에셋자산운용도 투신운용사
전환을 함께 준비중이다.

"피스톨박"이란 별명으로 한 때 명성을 날렸던 펀드매니저 출신의 박길종씨
와 장기철 대신증권 목포지점 부장도 자산운용사를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주식의 시대를 맞아 자산운용의 기수가 되겠다는 "드림팀"이 곳곳에서
가동중이다.

회사가 많아질수록 경쟁은 치열해진다.

사이버수수료 인하전쟁이 곧 현물수수료 인하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다.

메릴린치증권은 최근 2천억원 규모의 자전거래를 성사시키면서 수수료를
10분의 1로 깍아줬다.

이미 전쟁은 시작된 셈이다.

IMF위기를 전후해 동서.고려.장은.동방페레그린.산업등 5개 증권사와 한남.
신세기등 2개 투자신탁회사가 문을 닫았다.

그때는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난에 몰린 일부
회사만이 퇴출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신설사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퇴출이 일어날 것이다.

강창희 현대투자신탁운용 대표는 "한쪽에서는 새회사가 생겨나고 다른
쪽에서는 회사가 망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신이 있는 부문에 특화하지 않는한 퇴출회오리가 몰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에선 증권사 6천개를 넘지만 종합증권사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도 투자은행과 리테일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로 분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주식투자의 간접화와 수익증권 직판제도의 도입논의도 엄청난 회오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들어 주식형 수익증권은 23조원(뮤추얼펀드포함)가량 늘어났다.

주가변동성이 높아지고 기관화장세가 펼쳐질수록 간접화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동양증권은 올해중에 30조~40조원의 자금이 더 주식형으로 몰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은 투신운용사나 자산운용사가 주식형펀드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직판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객이 투신으로 빠져나가고, 주식형 판매를 통해 얻고 있는 수수료도
상당부분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랩어카운트가 하반기에 도입될 경우 증권사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랩어카운트(자산관리종합계좌)란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식투자를 포함해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증권사는 투자자의 주문에 따라 주식매매를 대행해 주는 브로커 기능
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랩어카운트가 도입되면 일임업무를 포함해 자문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일임.자문업무를 할 수 있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덩치만 큰 회사가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

김형진 세종증권 회장은 "지점이 많다는 사실은 앞으로 호재라기 보다 악재"
라고 단언한다.

수익이 경비를 커버하지 못하는 지점이 많을수록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덩치는 작더라도 확실한 경쟁력이 있는 부문을 갖고 있는 "작은 거인"이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IMF위기 직후 시중자금은 안전한 증권.투신으로 대이동했다.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자(Escape to Quality)"는 심리에 따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밀림에는 힘센 동물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한다.

증권.투신업계도 마찬가지다.

"대익거소익망"이라는 "여의도법칙"이 적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