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필자는 잠실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이 자리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두사람의 얘기를 듣게 됐다.

이미 환갑이 지난 나이탓에 이젠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지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 주제는 놀랍게도 앞으로의 환율 전망이었다.

직업운전사와 조그만 중소기업의 근로자생활을 그만둔후 소일거리삼아
약간의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결코 전문적인 주식투자자라고는 할수 없는
이들은 신문에서 읽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판단한 얘기인지는 몰라도
원.달러환률이 1달러당 1천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같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또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는 주식시장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곁들였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이런 생각을 할 정도라면 전문적인 금융분석가들이나
돈굴리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외국투자자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고 또 행동
하겠느냐 하는 점은 새삼 물을 필요가 없다.

한국의 돈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 시점에서 한국주식을
팔지 않고 가만히 있는 외국인이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할수 있다.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하더라도 대달러 환율이 올라갈 경우
외국인 입장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그만큼 손해를 보는 꼴이되기 때문이다.

정치상황이나 경제여건 그리고 사회적인 분위기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대단히 많지만 최근에는 역시 환률문제와 이에 따른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환율이 안정되고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감이 어느 정도나마 해소
되기 전까지는 주식시장도 불안현상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라는 분석은
결코 새삼스런 얘기가 못되며 또 이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그동안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외국인들과 국내 일반투자자들의 한판 힘겨루기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외국인들이 일방적인 우세현상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고객예탁금이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주식거래도 제법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국내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약간씩 느껴지지만 주식시장은 좀처럼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일에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강한 오름세
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환율은 달러당 현찰매도률이 사상 처음 1천원을 돌파
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했다.

증시입장에서는 어차피 상승할 환율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올라가는 것이
주가 제자리 찾기에 오히려 도움이 되겠다는 역설적인 논리가 성립될 수도
있을 것같다.

< 증권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