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동안 우리 경제 침체를 수식해온 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고 또하나는 일본 엔화 약세였다.

바로 이들이 주범이 되어 무역수지 적자, 성장 둔화, 실업 증가를
초래했다고 정부 학자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왔다.

이중 한가지인 반도체 가격은 올해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여 최근에는
다소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엔화는 좀처럼 하락세를 멈출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얼마전에는 달러당 1백30엔대를 향해 줄달음질쳐 우리를 아연
긴장시킨바도 있다.

그런 엔화가 며칠째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1백20엔이 무너지는 기록도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 일본정부가 엔화강세를 시사한데서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이번 엔고현상은 이제 일본정부가 금리를 인상하느냐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이 당초 예상되었던 추가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어 달러약세를 부채질 하고 있다.

이런 구조라면 엔화는 좀더 상승할수 있을 것이다.

일본 관리가 말한 1백3엔대는 모르더라도 적어도 1백10엔대 유지는
가능할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이 일본 엔화를 방어하기로 방침을 확인한 바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철회가능성 시사가 이번 시세의 흐름을
갈라놓은 것으로 보인다.

일이 이쯤되면 우리 경제는 더 이상 침체의 구실을 대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만일 그 두가지가 주된 이유였다면 적어도 이쯤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는 살아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도 이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별무반응이라면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일부 대형 경기관련주 주가에서 회복조짐의 일단을 발견하긴 했지만
앞으로 좀더 강한 신호가 나오는지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국인 한도확대 직후 최근 일주일 사이에 급락한 주가를 이쯤에서
경기관련주가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문제를 악재로 키우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가령 그 문제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동산 위기론과
같은 구조적인 자산 디플레 현상이 암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정치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지금 주식시장은 기회이자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